이번엔 좀 멀리 나가본다. 교토 남쪽 우지라는 곳에 가본다.
우지역이 저런 모습인건 이곳이 겐지모노가타리의 후반부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근데 뭘 본딴걸까. 헤이안 시대 건축? 책 두루마리? 오전 중에 내리던 비가 우지쯤 오니 우산을 펼치지 않아도 될만큼 수그러들어서 돌아다니기 편했다. 여기서부터 꽤 걸어야하던데 말이지.
역 앞에 있던 코반, 그러니까 파출소의 간판이 귀엽더라. 다른 코반에선 이런걸 못봤는데 코반마다 이렇게 다른걸 붙일 수 있나보더라. 이런 작은 부분의 귀여움이 좋다.
역에서부터 꽤 걸어가야 하는데 체력이 형편없는 나는 아침부터 산을 오르내린 관계로 지쳐갔지만 친구 하나는 대단한 체력을 자랑하며 씩씩하게 걸어갔다. 여행엔 체력이 가장 중요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 것. 난 이때쯤 다리는 괜찮았지만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거 같았는데. 분명 그걸 보며 체력 관리를 해서 다음 여행엔 지치지 말아야겠다 결심한 것 같은데 1년이 지나서 보니 체력을 키우긴 커녕 더 저하된 듯 하다. 아이고.
뵤도인平等院은 후지와라씨의 별장이다가 절로 바뀐 곳인데 유일하게 남은 저 건물, 봉황당은 1053년에 세워진 것이다. 천년에 가까운 건물을 볼 때의 기분은 언제나 각별하다. 아무래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봉황당 혼자 서있어서 균형감이 이상해 보였다. 저 건물 혼자 서있도록 설계된 모양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근데 다시 봐도 옆모습이 더 멋있는 거 같다.
뵤도인 박물관에서 우산을 세트로 맞췄다. 노란색이 내거. 예쁘다.
그런데 조금씩 늦어지던게 쌓이고 쌓여 시간이 벌써 밥을 먹기로 골라놓은 가게의 라스트 오더 시간에 가까워져버렸다. 자칫하면 밥을 못먹게 될지도 모르는데도 중간에 선물도 사고 저렇게 무라사키 시키부 상도 찍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이번에 내 친구는 시간에 늦지 않겠다며 달려나갔다. 그 체력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