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9일, 프리뷰

원래는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려고 했다. 중간고사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목요일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타고 내려가 월요일에 올라오자마자 수업에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데 숙소도 애매하고 막 끌리는 영화도 없고 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돈을 더 모아서 일본에 가야겠다!’ 그래서 홋카이도에 가기로 했다. 전주가 삿포로가 된 순간이다.

항공권

항상 애용하는 스카이스캐너를 뒤져보니 티웨이 항공이 가장 저렴했다. 작년에 도쿄를 갔다오려다 취소하는 바람에 항공권을 날린 일을 교훈 삼아 하루이틀 미루고 결제했더니 가격이 조금 상승해버렸지만, 일단 인천공항에서 신치토세공항을 갔다오는 티웨이 항공권을 현대카드 프리비아를 통해 287,000원에 구매했다.

다만 항공권을 이거 하나만 산 건 아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일본 국내선도 탄다. 하코다테를 다녀오는 일정이 있어 교통편을 찾아보니, 신치토세공항에서 하코다테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가장 저렴하고 시간도 절약이 되는 방법이었다. ANA 국내선을 이용하는 루트로 ANA에서 직접 사진 않고 trip.com에서 100,000원에 구매했다. 어딘가 했더니 예전이 씨트립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한국인이 일본 국내선 항공을 중국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는 모습이다. 결제 후 바로 예약확인서가 안날라와서 당황했지만, 두시간쯤 지나 받아볼 수 있었다. 고객센터가 악명높은 곳이라 안오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일정

대강의 일정은 이렇다. 유럽 여행과 후쿠오카 여행 이후 큼지막한 이동 정도만 정해두고, 가고 싶은 곳들은 머릿속에만 남겨두는 방법으로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머릿속에서야 몇가지 플랜을 세워두고 있지만 그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쓸 것이고.

처음엔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가지 않고 곧바로 아사히카와를 가서 1박 하고 오는 일정이었지만 나중에 일행이 생기면서 아사히카와를 버리고 여행 마지막에 노보리베츠를 추가했다.

노보리베츠에서 공항에 가는 것보다 삿포로에서 공항에 가는게 여러모로 편리하니 이왕 노보리베츠에 머물거면 여행 초반에 숙박하는게 좋았을텐데, 하코다테행 항공권이 환불불가인지라 결국 바꾸질 못했다. 아사히카와에 가는 건 순전히 비에이 자유여행을 가기 위함이었으나 이를 하루만에 다녀오는 버스투어로 옮기면서 시간도 돈도 절약하긴 했다.

숙박

하코다테에서는 HakoBa 하코다테에서 머문다. 건물도 괜찮고, 위치도 좋다. JR 하코다테역 근처도 생각해봤지만 하코다테 도착 당일 오후시간에 어디 다니기엔 이쪽이 더 좋을 거 같았다.

오타루에서는 Lifehouse IPPO (Airbnb link) 에 머문다. 어차피 비싼 곳은 못가고 스마일호텔 같은 싼 호텔들을 알아보다가 어느날 갑자기 여기가 검색에 잡혀서 — 공실이 생겼는지 — 바로 이곳으로 옮겼다. 시설도 나쁘지 않아보이고 여러곳의 후기가 만족스러워 골랐다.

삿포로에서는 처음으로 개인 명의의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본다. 이전에 이용했던 비앤비는 빈의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같은 호스트의 여러 숙소들 중에서 스스키노쪽에 있는 곳들은 잡지 못했고 삿포로역 근처로 예약했다. 당연 스스키노에 비하면 아쉽지만 삿포로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니 이정도면 괜찮다.

노보리베츠 숙박은 처음으로 료칸에 머물게 된다. 카쇼테이 하나야라는 조그마한 료칸이다. 여기는 자란넷을 이용했다. 여기는 아예 처음 이용하는 사이트. 보통 떠올리는 고급 숙소는 아니고 저렴한 곳들 중에서 조건에 맞는 곳을 찾다가 고른 곳이다. 노보리베츠에서 1박하는 것 뿐이지만 역시 료칸하면 방에서 식사해야하지 않았게 싶어 석식과 조식이 포함된 플랜으로 잡았다.

경비

최소경비는 금방 짤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일본 여행 계획에 드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분류 비용 분류 비용
항공료 ₩387,000 숙박비 ₩133,050
입장료 ¥5,380 ¥34,390
식비 ¥31,500 교통비 ¥8,980
포켓 와이파이 ₩22,500 투어 ₩60,000

식비와 교통비는 역시 예상 비용이다. 특히 식비가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이번엔 이전의 여행들보다 많이 쓸 거 같다. 교통비는 딱히 패스 같은건 사지 않았고 파스모에 충전해가며 쓸 생각이다.

숙박비에서 한화 결제 부분은 삿포로에서의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는데 든 비용이다. 하코다테와 오타루에선 현지에서 현금으로 결제할테고, 노보리베츠 숙소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돼있어서 그리 할 듯하다. 한국 비자카드가 안먹히는 경우가 있으려나? 일행 모두 합쳐 4만엔에 가까운 비용을 현금으로 들고 다니고 싶지는 않은데.

그 외

지난 여행들의 교훈을 토대로 이번엔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가져갈 예정이다. 노트에 그날그날의 일을 기록한다니, 직접 해보니 손이 너무 아팠다. 또 아이폰엔 여행을 앞두고 지출과 수입을 빠르게 기록할 Workflow를 정비해뒀다. 유럽 여행을 위해 만들어둔 액션을 일본 여행용으로 살짝 손봤다. 기회가 된다면 이에 대한 별도의 글을 쓸지도.

정리

계속 1년도 안되는 기간 사이에 일본을 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 기조가 이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삿포로에 가기로 한 이유 중에 하나가 치토세에 사는 일본 지인을 만나려고 한 것인데, 일본어가 전혀 안되는 일행이랑 같이 가게 되는 바람에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이 좀 많이 아쉽다.

쓰고 사고 먹고 투표했다.

이번 달에 갈 여행에 대해 프리뷰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를 돌아보니 작년 1월의 일본 여행, 4월의 유럽 여행, 8월의 일본 여행 모두 프리뷰 글만 쓰고 말았다는 걸 알았다. 어쩐지 뭔가 찜찜하다 했다. 제대로 된 여행글을 쓰는건 아무래도 어렵겠고 사진들을 모아서 대충이라고 기록해야 할텐데. 분명 또 어영부영 넘어가고 말 게 틀림없다. 큰 문제다.

1Password를 샀다. 이번에도 구독형 말고 라이센스형으로 구매. 구독 모델이 싫은 것도 있지만 구독형에서 지원해주는 기능들이 내게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 여행모드니 여러 계정이니 다 필요가 없으니. 베타 사용자라 저거보다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백수가 된 친구와 만나 범계역의 유명한 라멘집에서 식사를 했다. 국물이 진한게 취향이었고 면발도 꽤 괜찮았다. 범계역의 라멘집 중에서 제일 좋지 않나 싶다.

지나가는 길에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사전투표는 다른 동네에서 하는 게 제일 좋다. 관외선거인은 줄 설 일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경기도 안양시 주민에게 이번 선거는 꽤나 힘든 일이었다. 나쁜 놈과 나쁜 놈 중에서 고르는 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서울 시민이 정말 부러웠지. 다신 이런 식의 선거를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018년 5월에 본 영화들

스파이더맨: 홈커밍 존 왓츠, 2017
예고편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이미 듣고 봤지만, 정말 그대로일 줄은 몰랐다. 만들려다 엎어진 대미지 컨트롤 이야기의 잔재를 갖고 만들었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스파이더맨은 이제 거의 다 아는 영웅인데 거기에 히어로물의 판에 박힌 이야기를 끼얹으니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 러닝타임이 이리 길 필요가 있는지, 아이언맨이 이리 많이 나올 이유가 있는지. 소니의 로고가 뜨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비욘드 스카이라인 리암 오도넬, 2017
전 편은 영화가 아니라 TV로 나오면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그전에, 나는 이걸 왜 봤지?

토르: 라그나로크 타이카 와이티티, 2017
진지한 면으로는 마블 최고의 영화로 윈터 솔저를 꼽는데, 신나는 면으로는 라그나로크를 꼽아야겠다. 감독이 감독이라 그런지 개그를 쓰는 솜씨나 음악과 연출 면에서 다른 마블 영화보다 훨씬 낫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제임스 건, 2017
괜찮은 후속편이다. 분명 괜찮게 만들었는데 그게 첫 작품에 버금가거나, 그를 뛰어넘는 건 아닌 영화들이 있는데 이건 대체적으로 히어로물의 — 최소한 마블 히어로물에선 심각한 문제이고, 이 시리즈도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 이 ‘가오갤’ 가족의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와지지만 그것 외에는 뻔하고 새로움이 없다.

다키스트 아워 조 라이트, 2017
아카데미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이 말은 뻔한 연말 아카데미용 영화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달리 말하면 좋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나오는 잘 만든 영화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역시나 대단히 보기 좋고 당시 영국 수뇌부 내의 다툼이 흥미로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 2017
전반부는 엉망이었으나 후반에서 상당히 좋은 장면들이 나온다. 하지만 장면이 나열돼있는 것만으로는 이야기를 살릴 수 없었다. 깨진 내러티브는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다. 이 문제는 한가지 시간선을 가진 캐롤에서와 달리 이번 작에서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이제 겨우 두번째 헤인즈라 잘 알 순 없지만 그의 작품에서 좋은 구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그가 재현하는 20세기 미국은 그 느낌이 충만하여 보고 듣는 즐거움이 있다. 이것만큼은 매우 뛰어나고 다행히 나는 그걸 좋아한다. 아무래도 헤인즈는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이지 않나 싶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안소니 루소, 조 루소, 2018
아직 이 영화를 잘 모르겠다. 내가 3부작, 4부작 이런 작품들 말고 파트별로 나뉘는 작품을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독으로 기능하지 않는 작품을 별개의 영화로 놓고 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어벤져스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시리즈 중에선 유일하게 잘 만들었는데 결국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좋게 볼 수가 없다.

콜럼버스 코고나다, 2017
이전부터 평이 그렇게 좋아서 너무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봤고, 들었던 평 이상으로 만족했다. 한 사람은 콜럼버스를 떠나며, 한 사람은 콜럼버스에 오며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는 이 영화에서, 콜럼버스와 거기 있는 건축물들이 치유의 역할을 하듯이 영화 자체도 그런 역할을 할까? 나는 그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 자체가 되는 건축들이 내게 그 역할을 하는 건 알 수 있었다.

바후발리: 더 비기닝 S.S. 라자몰리, 2015
옛 것을 되돌아보는 듯한 신선함이 있지만 가치는 없다.

강철비 양우석, 2017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아무래도 봐두는게 좋겠지 싶어서 보게 됐다. 결말이 어째서 그런지 의문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이정도면 나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달리 할 말이 생기는 영화도 아니다.

바후발리 2: 더 컨클루전 S.S. 라자몰리, 2017
1편을 보고는 대체 사람들이 왜 바후발리를 영업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2편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처음 보고나선 평범하게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헤 싸 루드라싸가 머릿속에서 강하게 울려퍼진다. 이게 바후발리의 맛이겠지. 아주 좋다.

고스트 워 닉 마티유, 2016
영화소개만 읽어봤을 땐 별로 같아 보였는데 이상하게 평이 좋아 보았고, 영화가 끝날 땐 만족스럽게 넷플릭스를 끌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흔하지만 촌스러운 연출도 없었고, 설명되지 않아 찜찜한 부분도 없이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였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이렇게 나오기도 쉬운게 아니다. 망가진 부다페스트의 모습 — 작중에선 몰도바라고 나오지만 — 을 보는 맛도 있었고, 그래픽도 나쁘지 않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헤일로: 리치 행성의 함락 이안 커비, 2015
오직 팬들을 위한 작품. 달리 말하면 팬만을 위한 작품이다. 하지만 팬들도 이거에 만족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은혼 후쿠다 유이치, 2017
당연히 실사판 〈진격의 거인〉이나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다. 은혼 자체가 어디에 놔둬도 잘 구현되는 세계라 그런지 실사로 만들어져도 무리가 없고, 오히려 더 어울리기까지 하다. 하지만 개그가 배우의 연기로 커버가 되는지는 별개였다. 성우의 연기와 달리 배우가 실제의 몸으로 하는 연기는 과할 뿐이었다. 이 점이 다른 괜찮은 점들을 압도하는 바람에 나빠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