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assword 7 윈도우판 베타 버전을 쓴다.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인 1Password를 거의 3년 전쯤부터 사용해오고 있다. PC와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용하니 윈도우판과 iOS판 두개를 구매했었다. 음, 지금 iOS 앱 자체는 무료인 듯한데 그때도 지금과 같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윈도우판을 사용하는게 썩 좋은 경험은 못되었는데, 이전부터 다른 운영체제들에 비해 지원이 늦었던데다가 구독 방식이 도입되면서 그쪽에 지원이 우선시되어, 윈도우판 구매사용자는 버전 4에 머물러있는 프로그램을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1Password 7이 나오면 구매사용자들을 위해서도 많은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간에 기다리다 지쳐서 구독 방식으로 넘어갈까, 맥을 구매할까(이건 좀 많이 나간 경우) 하며 별 생각을 다 했는데 지난달에 드디어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베타판이 공개됐다.

새 버전은 기존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해졌다. 이 부분이 새 버전을 기대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그도 그럴것이 윈도우에서 쓰고 있던 버전은 2014년에 처음 나온 버전이다. 7 베타를 쓰다가 기존 버전을 다시 켜보니 오우 이걸 어떻게 써왔나 싶다.

전에 쓰던 대로 사이트에 들어가 자동입력을 사용하니 새로운 창이 뜬다. 1Password Mini라 이름 붙은 이 창은 이전까지 자동입력 Ctrl + \을 누르면 뜨던 컨텍스트 메뉴를 대체하는 새로운 메뉴다. 자동입력이 아니더라도 Ctrl + Alt + \를 통해 불러올 수 있다. 처음엔 거추장스러웠는데 사용하다보니 Mini라는 새로운 창이 추가된 것이라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Alt와 숫자키를 이용해 왼쪽 메뉴들도 쉽게 오갈 수 있어 검색와 브라우징에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새 버전에는 자동 입력이 되는 위치를 특정 앱으로 해놓을 수가 없는 점이 아쉽다. 꼭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카카오톡 등을 사용할 때 1Password를 통해 키보드만으로 간편히 입력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오른버튼 사용을 위해 마우스를 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스텝이 늘어나 번거로와진 것은 사실이다. (추후 업데이트로 바뀔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인 가격이다. 4에서 7로 올라오는지라 무료는 아니고 64.99 달러에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 구매가 가능하지는 않다). 베타 버전을 쓰고 있다보면 프로그램 상에서 39.99 달러에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라고 한다.

《파란 앵무새》

스캇 맥나이트의 책이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기독교 서적이다. 성경을 읽어내기에 대한 책이지만 굳이 나눈다면 전반부가 그러하고, 후반부는 장 제목 그대로 ‘여성의 교회 사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우리가 성경을 읽으며 숨쉬듯이 하는 취사선택에 대해 환기시킨다. 어떤 것은 수용하지만 다른 것은 수용하지 않는 행태. 저자는 거기에 ‘맥락이 모든 것이다’를, 거의 모두가 들어봤을 말을 다시 강조한다. 성령의 영감으로 된 텍스트이기 때문에 우리는 텍스트 자체보다 텍스트를 저작한 하나님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사보가 당대엔 세상과 구별하기 위해 필요했지만 현대에는 오히려 복음을 나타내는 데 맞지 않는 것 아닐까 하고 저자와 친구가 이야기하는 장면을 통해, 우리가 당대에 복음을 위해 적용하고자 쓴 문장을 변하지 않는 경전으로 삼아 현재도 지켜나가는 것은 반대로 복음을 전하는 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자 한 것은 후반부 부분을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사실 책 전부가 이 내용인 줄 알았다. 후반부에선 여성 사역의 근거와 전례들이 성경 안에서도 다양하게 나온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브리스길라와 뵈뵈와 유니아를, 거론하지 않거나 가볍게 넘어가고 나아가 아예 지워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당장 신의 계획을 듣고 주님을 잉태한 것은 누구였는지 부활의 첫 증인이 누구였는지 교회의 훌륭한 지도자들 중에 누가 있었는지 생각해볼 때, 교회가 사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건 창세기 3장의 타락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교회의 — 사실상 남성들의 죄라는 저자의 해설이 강하게 다가왔다.

덤으로, 뵈뵈는 이제 번역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가톨릭은 포이베라 쓰더만.

2018년 3월에 본 영화들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2017
스필버그는 영화의 신이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은 영화의 화신이다. 뛰어난 사람들이 중요한 때에 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 언제 봐도 멋지다. 그리고 언론이 평소 제 일을 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 하나 때문에라도 그 존재의의는 충분히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시윅 캐리 머니언, 조너선 밀럿, 2017
현대 미국적 맥락 안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보이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영화. 바티스타의 연기가 있어 다행스러웠다. 가장 재밌던 장면은 역시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이 싸우는 장면 아닐까?

동경의 황혼 오즈 야스지로, 1957
1월에 한 특별전의 팜플렛에는 있으면서 일정에 없어서 의아했는데 이번에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오즈의 작품들 중 가장 어두우면서도 가장 현실에 맞닿아 있는 작품이었다. 세대의 연속을 지나 시대들과 세대들의 충돌을 그리는 작품. 그래서 마치 오즈의 것이 아닌듯한 이야기를 오즈가 이야기하는 모습인데, 이로 인해 강한 힘을 가진 드라마가 나왔다.

해안가로의 여행 구로사와 기요시, 2015
시네마스코프! 내가 기요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시네마스코프인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화면, 그의 카메라, 그의 이야기가 너무 좋은건 사실이다. 죽은 이와 남은 이에 대한, 혹은 남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결들이 (일본적 이야기가 익숙해서인지)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가운데 하나만 빼고. 그건 익숙해지지 않는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스티븐 S. 드나이트, 2018
장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통 후속작이라는 얘기가 맞는 말이었다. 스토리도 좀 망가지고 설정이 묘하게 달라진 곳들이 많지만 그러면 어떤가, 우리가 늘 보던 바로 그 아니메들인걸. 클리셰와 오마주 덩어리만으로 전개되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데도 끝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는 점이 좋았다. 더불어 미국 배우에게 영어 말고 중국어 쓰라는 장면에서 감탄했다. 드디어 이런걸 볼 수 있게 되다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2017
세상에나, 너무 좋다. 이야기적으로 뭐야 이거 싶은 모먼트가 없던 건 영화가 끝난 후 만족감에 허덕였다. 중간에 과하게 빈티지스럽게 연출한 부분을 빼면 영상도 좋았고 엘리오의 감정이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라 키득거리며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두 주연 모두 너무 내 취향의 외모라…. 보는 내내 눈이 호강했다. 어디서 듣기로는 이 영화를 넷플릭스가 배급하고 싶어했지만 제작측에서 극장 개봉을 원해서 불발됐다던데 그랬으면 정말로 큰일날 뻔 했다. 이런건 극장에서 봐야 충분히 만족스럽고 기분 좋게 상영관을 나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