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에 쓴 글들

교토유람 011

여기가 후시미 이나리타이샤이다. 후시미에 있는 이나리 대사. 일본 전국에 널린 이나리신사들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 재미없는 설명은 많이 쓰면 안되는데.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졌기 때문에 검게 가라앉아가는 하늘과 신사의 빨간색이 대비되어 보기 좋았다. 보기엔 좋았는데 미천한 실력으로 남긴 사진을 보니 그 예쁨이 남아있지 않아 안타깝다. 이나리는 풍년, 성공의 신이라고 한다. 이나리의 사자로 여겨지는 여우가 물고 있는 것도 쌀창고의 열쇠이고.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 아니면 그래서일지도 모르지만 참배를 드리는 사람이 많았던 건 아니나 끊이지 않았다. […]

〈샌 안드레아스〉 (2015)

썩 괜찮은 재난 영화였다. 대규모 재난물은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 장면들을 가지고, 멋진 영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 길을 아주 잘 걸었다. 〈2012〉 같은 경우엔 감독의 ‘압도적인 장면’에 대한 사랑과 규모가 남다른 재난 스케일에 힘입어 개인에게 닥치는 재난이라는 체험적인 부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지진이 난 도시라는 배경에서 관객이 원하는, 그리고 지진이 나면 관객이 겪을 장면들을 잘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장면들에서 실제라면 죽을 거라는 걸 잘 알겠더라. 문과인 난 반드시 죽을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