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겨울왕국이 역대 외화 중 두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고 적잖이 놀랐는데 지금까지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외국 영화가 두 개뿐이었다는 것이다. 궁금해서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 가서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를 찾아봤다. 아바타가 1위(1330만)로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기록을 지키고 있고 이어서 도둑들(1298만), 7번방의 선물(1281만), 광해(1232만) 등이 뒤를 잇고 있었다.

나름 영화 보기를 즐겨한다 생각해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중 몇 편을 보았나 살펴봤더니 4편을 보았더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모두 안 본 작품이다. 평소에 한국 영화보다 외국 영화를 더 많이 보느라 이런 결과가 나온 듯 했다.

이렇게 한국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내게 한국 영화가 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이기 때문에 잘 안보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한국 영화가 싫다고 했겠지. 진짜 이유를 들자면 나와의 정서나 취향이 안맞아서 그렇다. 제목만큼 뭐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개그장면이라던가(진지하게 왜 넣는지 모르겠다) 범람하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들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정서와 너무 다르다. 맞다, 한국어 화자가 소리지르는 장면 역시 내게 괴로움을 줄 뿐이다. 이건 드라마에서 더 접할지 모르지만 극장에서마저 듣고 싶은 소리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개봉 예정 영화를 보며 어떤걸 볼까 어떤걸 기대할까 할 때 항상 외국 영화들만 체크한다. 수상한 그녀라는 작품도 나는 개봉한 이후에야 그 존재를 알았다. 물론.. 보지는 않았다. 내 취향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외화 위주의 영화 생활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공정세계신념

3년 전(벌써 3년 전) 도호쿠 지방에서 지진이 난 뒤 일본사회심리학회에 올라온 번역요약글을 한국어로 번역해본다. 원문은 여기서 보면 된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에 보면 신중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이런 이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공정세계신념(the belief in a just world)’라는 사회심리학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기 때문에 바르게 산 사람은 보답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보답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좋은 일을 한 이에게는 좋은 일이, 나쁜 일을 한 이에게는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신념이죠.

이 공정세계신념은 동정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촉진시킵니다. 왜냐면 (예를 들어)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함으로 자신이 칭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지진과 쓰나미(역자주: 3.11도호쿠대지진)가 일어난 경우, 공정세계신념은 이와는 반대로 이재민을 비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으니 그 사람은 나쁜 일을 했을 사람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공정세계신념은 바쁘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합니다.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지에 실린 실험을 보면 타인에게 일어난 문제의 책임에 대해 따져볼 때 관계없는 정보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게 됨으로 공정세계신념에 기초한 판단을 내리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일상생활 보내는데 바쁘거나 여러 정보를 접하거나 또는 원자력 발전소의 일을 걱정하면서 여유가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정세계신념에 근거해 이재민들을 안좋게 바라보는 가능성이 높아질겁니다.

이후의 연구를 보면 반드시 이 신념만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이런 것이 있다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구원, 기복신앙에 기초한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서 이런 점이 쉽게 보이지 않나 싶다.

동생의 포트폴리오

동생이 학교 미술시간에 만든 작품 두 점을 소개해볼까 한다. 명화에 덧붙혀 그리는 시간이었나 본데 센스가 훌륭해서 보면서 감탄했다. 흔한 그림이면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번 보시라.

젠틀맨 나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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