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여인의 초상〉 (2019)

— 최대한 시간 순으로 쓰는데 중간에 생각이 엉켜서 결국 무작위로 씀
— 레즈비언보다 게이 이야기가 더 와닿는 건 성별의 차이 때문일까? 그래도 둘 다 더 깊은 공감의 지점에 이르지 못하는 건 내가 헤테로라는 것의 증거가 되려나

— 영화가 끝내준다는 건 첫 제작배급 롤에서부터. 이건 그냥 감.
— 섬 도착 이전 장면은 오늘 처음 봄. 첫 관람에서 놓쳤기에. 알바의 썩은 출근 표정 잘 보았습니다.
— 절벽을 향해 달린 엘로이즈와의 대화. (기다려왔어요/죽음을요?/달리기요) 죽음과 달리기가 발음이 비슷했던 거 같다
— 유럽 회화에서 그리는 절벽이 한국의 절벽과 많이 다른 이유를 알게 됨. 그렇게 생겨먹은 거였음

— 첫날 산책에서 그 유명한 얼굴과 얼굴이 겹치는 장면이 등장. 이건 마지막날에 다시 반복. 근데 이 방식은 누가 제일 먼저 만든거지. 아녜스 바르다?
— 엘로이즈 어머니 배우 많이 본 사람인데 이름을 모름.
— 이탈리아어는 억양이 많이 오르내린다. 이건 베르톨루치의 순응자 보면서도 느낀 거였는데. 반면 이 영화의 프랑스어는 다툴 때도 정적이다.

— 이전 화가의 미완성작에 불이 붙은 곳은 심장 위치인건가? 이땐 이미 마음이 가있는게 확실
—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생각하기 시작한 건 첫날부터일까? 스케치 중에서 입술을 꺼내들 때.
— 마리안의 여름 3악장 해설이 좋다. 그리고 바보같이 밀라노 얘기를 꺼내는 순간 배신감이 드러나는 엘로이즈의 표정.

— 엘로이즈의 옷에 불이 붙는 축제에서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 나는 도망칠 수 없다.
— 이 노래 장면은 소피의 임신중단시술 장면, 더 이후의 ‘(남성들이 차지한) 중요한 주제의 그림들은 몰래 그린다’는 언급으로 이어지는 것
— 동시에 엘로이즈의 운명과 엘로이즈-마리안의 관계에 대한 말로도 보이는데, 합창을 보고 둘이 웃는 것은 나는 잘 모르겠다
— 솔직히 드레스에 불 붙은 장면은 감독이(작가가) 그려내고 싶어서 만든 장면 같음
— 여기서 마리안이 엘로이즈의 손을 잡음과 동시에 다음 장면의 손 잡는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전환의 호흡이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았나
— 이 살짝 빠른 호흡은 둘의 마지막(“뒤돌아봐”)에서도 등장함

— 오르페우스 이야기에선 엘로이즈의 해석이 좋았다. 뒤돌아봐.
— 여기서 마리안은 오르페우스가 연인이기보다 시인이기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기억해둬야 할 부분.

— 소피의 시술 이후 재연해서 그리는 장면은…. 장면의 존재의의를 알면서도 동시에 모르겠음. 하지만 힘들어 죽겠는데 그림 그리게 모델이 되어야하는 소피의 심정을 들어보고 싶음.
— 프랑스어 대사로는 영화 내내 셋의 대화가 존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결국 여기서도 귀족-하녀/고용인-피고용인의 계급성이 드러나지 않나
— 이전의 소피의 유산을 위해 뛰게 하는 장면에서, 마리안이 소피를 밀어서 도와주는 반면 엘로이즈는 손 안대고 있다가 일으켜 줄 때 손 내밀고. 카드 게임하면서, 그리고 소피 대신 식사 준비 하면서 둘의(셋의?) 평등성이 보이는 듯하면서도 이 장면을 보면 역시 그게 없어지진 않겠지 싶음

— 약물 섹스는 위험합니다. 하지 마세요. 대한민국에선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마리안의 첫번째 그림. 너무 성의없지 않나 싶기도 함
— 화가라는 걸 밝히고 엘로이즈가 바다 들어갔다 나온 뒤가 둘이 대화하며 처음으로 웃음을 지은 시점인듯?
— 두번째 그림 완성 후에 다투는 장면은 영자막으로 보고 싶음. 자막이 이해가 안됨.
— 마지막날 아침, 첫날의 얼굴이 겹치는 장면이 여기서 역으로 반복. 첫날엔 엘로이즈가 정면–마리안과 그 뒤의 카메라를 보고 마리안이 뒤를 보여주는 반면 여기선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엘로이즈를 향해 마리안의 얼굴 정면이 보임.

— 배달부가 그림을 궤짝에 넣는 모습이 관짝 못 박는 것 같다
— 사실 엘로이즈의 환영을 보는 건 좀….

— 영화 처음 ‘불타는 여인의 초상’을 꺼냈던 학생이 마리안을 제일 잘 관찰한 것이겠지. (날 슬프게 그렸네?/슬퍼보였어요/이젠 슬프지 않아) 마리안의 ‘이젠 슬프지 않아’는 사실이 아닐 것
— 시인이길 택한 오르페우스 설을 얘기했던 마리안. 엘로이즈를 마지막으로 보는 마리안은 연주 이후 엘로이즈를 만나지 않음. 마리안은 그 생각처럼 연인이기보다 시인이기를 택한 것으로 생각.

2019년 12월에 본 영화들

뛰어드는 여자와 뛰어나가는 남자 하라다 마사토, 2015
좋은 것과 살짝 부족한 것과 흥미로운 것의 집합

겨울왕국 2 크리스 벅, 제니퍼 리, 2019
별로인 것과 좋은 것과 나아간 것과 후퇴한 것의 집합

나이브스 아웃 라이언 존슨, 2019
간만에 즐거웠던 미스터리 영화. 고전적인 것과 현재의 이야기를 잘 어울렀다.

포드 v 페라리 제임스 맨골드, 2019
자동차의 심장 소리를 느끼고 함께 사랑하면 된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나가이 아키라, 2018
원작도 그러했지만 조마조마하게 시작해서 다행스러움으로 끝나는 이야기. 두 주연 배우 모두 좋아하고 이 작품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코마츠 나나는 좀 더 좋은 작품들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로운 나날 이상덕, 2019
제목 그대로 영화스러운 (사랑) 이야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켄 로치, 2006
드디어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마음에 남았다.

10년: 일본 하야카와 치에, 키노시타 유스케, 츠노 메구미, 후지무라 아키요, 이시카와 케이, 2018
먼저 봤던 대만편과 비교하면 좀 더 국가의 존재가 드러난다. 다섯편의 단편 중 첫번째 작품인 〈플랜75〉는 숨이 막히는 작품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10년 일본편을 볼 가치가 있다.

2019년 11월에 본 영화들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2013
어쩌면 이게 하야오가 자신을 다루는 모습의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회피하지 않으나 결국 회피한 것이 되고 마는 그런 지점들의 연속.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미야케 쇼, 2018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와 비교를 안할 수 없는데 그보다 더 나은 메시지를 가졌지만 그보다는 덜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이쪽이 더 좋은데 말이지. 더불어 이시바시 시즈카의 연기가 너무 좋다. 이렇게 필모 챙기는 배우가 또 한명 늘었다.

윤희에게 임대형, 2019
올 상반기에 미성년이 있다면 하반기엔 윤희에게가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로키 류이치, 2017
소설이 인기가 많다고 영화로 만들 필요는 없다.

기억의 향기 하마구치 류스케, 2006
어떤 기요시적인 이야기.

유격 하마구치 류스케, 2006
이런 걸 만들기도 했구나 이상의 감상이 없다.

천국은 아직 멀어 하마구치 류스케, 2016
일부 구리긴 한데 좋은 점이 그보다 많다. 단편이어서 더욱 좋았던 작품.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하마구치 류스케, 2009
열정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그러나 열정이 더 낫다.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하마구치 류스케, 2013
빨리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어 현기증이 난다.

세 번째 부인 애슐리 메이페어, 2018
아름다운 화면으로 그려내는 구시대 이야기.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한번 더 봤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