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에 본 영화들

모가디슈 류승완, 2021
전 작품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민족주의적 시각을 많이 뺀 느낌.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 오오토모 케이시, 2021
최종장의 비기닝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영화 시리즈 중에선 제일이다. 과연 추억편은 다르다.

피닉스 크리스티안 페촐트, 2014
첫 페촐트 영화로 오랜만에 영화 보는 즐거움을 느꼈다. 감독에게 압도되는 경험은 오랜만이다.

그린 나이트 데이빗 로워리, 2021
얼마나 문학적인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 2021
제임스 건이 이런 건 잘 만든단 말이야….

도리를 찾아서 앤드루 스탠턴, 2016
전작보다 훨씬 훌륭한데다가 눈물까지 쏟게 만든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3.0+1.01 안노 히데아키, 2021
아 이제야 끝이 났다. 다 끝이 났다.

내일의 전쟁 크리스 맥케이, 2021
적당히 괜찮고 적당히 예상대로 굴러가는 킬링타임의 미덕에 충실하다.

독전 두기봉, 2012
이 건조한 분위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첫 두기봉 영화인데 그의 영화들을 더 찾아 봐야겠다.

의지의 승리 레니 리펜슈탈, 1935
너무 잘 만들어서 큰일인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는 문자 그대로 큰일이다.

자마 루크레시아 마르텔, 2017
사랑하는 물에게 밀쳐지는 물고기. 제국의 일부이면서도 제국에게 밀쳐지는 그(들).

방의 한쪽과 물이 샌 자국 (2021, 스마트폰으로 촬영)

우울감과 자기 비하가 손잡고 찾아오는 날이 있다. 예를 들면 작년 말의 어느날처럼.
그날 잠을 제대로 못잔 채 겨우 일어난 게 시작이었을까 전날 물통이 새서 가방 속 물건들이 젖었다는 걸 발견한 게 시작이었을까 아침부터 날씨가 안좋은 게 시작이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중요한 건 아니다. 일단 출근할 때 마음이 눈에 젖은 바닥을 기어가는 마음이었던 건 확실하다. 사실 눈에 젖은 바닥을 기어가던 건 자동차지만 나까지 그런 것 같았다.
알다시피 이런 날은 되는 일이 없다.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열어보니 물방울들이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 물이 샜다면 노트만 젖진 않았을테니까. 뒷자리 다른 팀 사람들은 시덥잖은 이야기로 소음을 만들어낸다. 도저히 있을 기분이 아니라 조회 끝나고 바로 퇴근했다. 어디 갈 곳도 없어서 투썸에 갔었다. 케익을 먹으면 나아지겠지 그리 생각하면서. 씨발비용이다. 고민하다 좋아하는 몽블랑 케익을 주문했는데, 옆옆옆 테이블에 서로를 욕설로 불러대는 어린 커플이 앉는다.
나는 케익을 받자마자 자릴 옮긴다. 노이즈 캔슬링마저 뚫고 들어오는 그런 목소리라 더 싫어졌었다. 그런데 이런. 투썸이 CJ에게 버림받더니 케익 맛이 예전만하지 못하다. 이런 케익으론 기분이 나아지질 않는다. 중국어 과외를 미룬다. 글자를 아무리 봐도 언어로 읽히지 않는다. 읽는 순간 아무것도 머리에 남지 않는다. 결국 이런 기분으로 집에 가서 그냥… 잔다. 잘만 오던 잠도 바로 안와서 약을 먹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좀만 더 기다려볼걸 그랬다. 그럼 약 없이도 잠들었 거 같은데. 몇시간을 자고나서야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는 채 일어난다.
내게 낮잠은 죄책감을 수반하는 무언가다. 귀중한 시간을 폐기했다는 죄책감. 짜증에 방의 모습이 거슬린다. 울어버린 바닥과 물이 샌 자국이 선명한 벽지가 너무 싫다. 집주인이 붙여놓은 거대한 꽃무늬 스티커가 너무 싫다. 어떤 마음으로 저걸 붙였을까? 그게 마음이긴 할까?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정리로 대응한다. 할 수 있는 한에서 뭐라도 해보잔 거지. 일단 책을 몇 권 버린다. 재미없는 소설이었다. 책상 배치를 바꿔보려 해보지만 그 구상마저 맘에 들지 않아 포기한다. 도저히 공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걸로 살짝 나아졌다. 역시 사람은 버려고 살아야 한다. 난 너무 갖고 있으니까 가진 걸 치워내야 한다.
아니면 사실은 한숨 자고 나니 나아진걸까? 알고 싶지 않았다. 이 날은 그랬던 날이었다.

요즘 구입한 영화들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타락천사〉
이건 영제목을 더 크게 써놔서 많이 아쉽다.


〈밤의 문이 열린다〉
DVD 출시지만 블루레이로는 나올 것 같지 않아 구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일본판 블루레이. 스펙지를 벗기면 순백색에 일러스트만 있는 표지.


본편 블루레이와 서플 DVD가 들어있는 디지팩 케이스와 부클릿이 들어있다. 각도상 스다만 나오게 찍혔네.

디지팩 앞뒷면. 동봉 DVD 때문에 케이스가 DVD 케이스 크기로 나오는 게 별로인데 막상 받고보니 크기가 커서 나쁘지 않네 싶다.

이외에도 〈고질라 VS. 콩〉, 〈항거〉, 《서울독립영화제 2020 베스트 컬렉션》도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