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에 본 영화들

춤추는 개구리 김진만, 2018
처음 본 순간엔 뭐 이러냐 싶었는데 계속 생각이 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시체들의 아침 이승주, 2018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즐겁게 보지 않았을까? 거기에 애정을 갖고 물리 매체를 소유한 사람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종말의 주행자 조현민, 2018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신나게 보지 않았을까? ‘주제를 말로 하다니, 최악이군요.’ 정말이지, 최고의 대사다.

헌터 킬러 도노빈 마시, 2018
오랜만의 잠수함 영화이자 오랜만에 재밌는 제라드 버틀러 실사 영화. 현대 잠수함전을 보기에 썩 괜찮은 작품이었다.

샤잠! 데이비드 F. 샌드버그, 2019
DC에도 이런 영화가 필요하긴 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리는 가족이 흔히 정상이라 일컬어지던 그 가족이 아니어서 아주 좋았다. 좋은 것을 만드는 법을 잘 안다.

셜록 주니어 버스터 키튼, 1924
버스터 키튼의 영화를 드디어 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 영상자료원의 기획 주제와는 맞지 않은 거 같은데 뭐 어떠랴. 앞으로 그의 작품을 더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온리 더 브레이브 조셉 코신스키, 2018
마침 강원도 화재와도 겹쳐서 많은 걸 느끼고 많이 안타까워하며 본 영화. 마지막에 실제 인물들 사진 나오는데 다들 너무 어린 나이라 더 슬퍼졌다.

유랑지구 곽범, 2019
연출이 부족한 게 아쉽지만 잘 만들었다. 후반에 여러 국가들이 나오는 걸 보며 미국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미성년 김윤석, 2019
올해 공개되고 올해 본 얼마 안되는 한국 영화 중 가장 훌륭하다. 중간에 굳이 이런 전개를 넣었어야 했나 싶기도 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이 워낙 잘 만들어져서 그정도는 사소한 문제로 보인다. 이 영화가 거대 시리즈물과 개봉 시기가 겹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밑 빠진 가방 루스탐 캄다모프, 2017
내가 받아들이질 못하는걸까, 영화가 재미가 없는 것일까. 앞이라면 좋겠는데 뒤인 거 같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안소니 루소, 조 루소, 2019
MCU의 나쁜 점들을 끌어모아 만들었나. 3시간이나 들여서 보기엔 시간이 아까운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마이클 베이, 2017
사람이 가끔은 불량식품을 먹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세븐이브스》

닐 스티븐슨의 책이다. “달이 폭발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달의 붕괴로 멸망에 직면한 인류가 종의 존속을 위해 우주정거장에 선발된 인원만 피신시키고 그 와중에 여러 일들이 겹쳐 마지막엔 일곱 여성만 남는 이야기이다. 이건 딱히 스포일러도 아니고 책소개에 당당히 써있는 내용. 이 책은 (주로) 그렇게 되기까지의 일들을 그리는 이야기이다.

찾아보니 원래는 한권짜리 책을 3권으로 나눈 것. 1권과 2권은 일곱 명이 남기까지의 일을, 마지막 3권은 그로부터 5천년 뒤의 일을 다루고 있다. 한국을 기준으로 하면 3권은 꼭 읽을 필요는 없다 느껴지기도 하는데, 2권까지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3권이 궁금해지기 때문에 결국엔 끝까지 읽고 만다.

이 책의 정보를 찾아보는 분들은 틀림없이 번역에 대한 불만을 접하셨을텐데, 아쉽게도 모두 타당한 불만들이다. 이는 전적으로 1권을 번역한 성귀수씨의 문제인데, 출판사에서도 문제를 느꼈는지 2권부터는 성귀수씨 외에도 송경아씨를 투입하였고 3권은 아예 송경아씨 단독으로 역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 3권에 나오는 5천년 후 미래의 인류 기술들이 1, 2권의 지금 당장의 기술들보다 쉽게 이해되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뜩이나 본문에서 기술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번역의 심각한 문제까지 겹쳐 초반에 읽기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보인다. 이 장르의 팬으로서 무척이다 안타깝다.

이러한 번역 때문에, 그리고 이 장르 중에서도 하드한 책이기 때문에 함부로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종말을 준비하는 인류의 모습을 그리는 것만큼은 확실히 훌륭한 책이다. 조금 어렵더라도 한 번쯤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2019년 2월과 3월에 본 영화들

알리타: 배틀 엔젤 로버트 로드리게즈, 2019
모터볼 경기는 묵직하며 멋있었고, 전투들도 많이 신난다. 그래픽도 잘 쓰였고. 오히려 그래픽이 덜 쓰인 부분이 연극 무대 같아 보여 이상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야기의 시작만을 그려서 별로라고 하지만 이정도면 원작을 생각하지 않는 독립 작품으로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메리 포핀스 로버트 스티븐슨, 1964
리턴즈를 보기 위해 먼저 보았다. 어렴풋이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들이 나오는 걸 보고 꽤 놀랐다.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도 좋고 음악도 좋고 인물들도 좋은데 줄리 앤드루스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장악하는 것이 참 대단했다. 당시엔 최신 기술이었을 것들이 쓰인 장면들이 지금에선 많이 별로인 걸 보니 기술의 발전이 놀랍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보리 김진유, 2018
이제 겨우 2월이지만 어쩌면 연말까지도 올해 본 한국 영화들 중 상위권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그정도로 마음에 들고 감독에게 좋은 영화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은 좋은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롭 마셜, 2018
1편을 따라가려다 그 반에도 못미친 영화. 배우나 노래엔 불만이 없지만 주제를 이렇게까지 바꿀 거였으면 만들지 말았어야지.

콜드 워 파벨 포리코브스키, 2018
마법과도 같은 영화. 어떨 땐 영화 한 편만으로 감독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보고 나와서 바로 감독의 전작을 구매했다. 어쩔 수 없는 일.

도쿄의 밤하늘은 가장 짙은 블루 이시이 유야, 2017
영상도 이야기도 인물도 좋은데 영화 내내 흐르는 주제 의식이 진부했다. 그 지점에서 더 나아가느냐 나아가지 못하느냐가 아사코와 이 영화를 가른 지점이라 생각.

엠페도클레스의 죽음 장 마리 스트라우브, 다니엘 위예, 1987
아직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말을 할 능력이 못된다.

더 페이버릿 요르고스 란티모스, 2018
처음 보는 란티모스.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훌륭한 배우들의 멋진 연기.

캡틴 마블 애나 보든, 라이언 플렉, 2019
MCU 영화 중에서 빌런이 가장 추상이면서 현실인 영화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강한 히어로일 것이다.

안드로메다의 위기 로버트 와이즈, 1971
마치 별의 계승자 같다. 외계에서 온 물질은 소재일 뿐 정말 중요하게 보여주는 건 연구시설과 과학자들의 연구 자체. 이런 걸 좋아한다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메트로폴리스 프리츠 랑, 1927
드디어 스크린으로 보았다. 주제는 낡았지만 — 그때도 진부했다고 한다 — 시대를 생각하면 놀라운 영상에 매우 놀랐다. 놀랐다를 두 번이나 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