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

클래식에 대한 헌정이면서 시퀄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훌륭한 의미로도 팬보이에 의한 팬보이를 위한 영화이고 좀 부족하다 싶은 면으로도 역시 팬보이의 영화였다. 그렇다고 못났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잘 나오다니!’ 싶은 안도와 환호가 함께한 작품이었다. 새로운 삼인방과 카일로 렌 모두 마음에 들었고, 클래식의 주조연들이 나와줘서 기뻤다. 더불어 메인 테마와 함께 (빰-!) 스타워즈 로고가 나오는 장면을 이 큰 상영관에서 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엑스 M2에서 3D아트모스를, 월드타워 슈퍼플렉스G에서 2D 아트모스를 봤는데 입체감 풍부한 사운드를 지닌 영화가 아니어서 아트모스의 힘을 느끼기엔 그저 그랬고 영상은 2D이면서 더 큰 스크린인 슈퍼플렉스G가 나았다. 비율이 같은건지 스크린 전체에 꽉 들어차서 마스킹에 신경쓰지 않아도 됐고. 2D로 보니까 일부러 클래식 느낌이 나도록 영상 처리를 했더라. 그런 점이 좋았지만 다음 편에도 그럴런지?

〈에피소드 8〉은 내후년에 나온다 하니 2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흑. 그래도 내년에 나올 〈로그 원〉을 기대해본다.

교토유람 011


여기가 후시미 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이다. 후시미에 있는 이나리 대사. 일본 전국에 널린 이나리신사들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 재미없는 설명은 많이 쓰면 안되는데.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졌기 때문에 검게 가라앉아가는 하늘과 신사의 빨간색이 대비되어 보기 좋았다. 보기엔 좋았는데 미천한 실력으로 남긴 사진을 보니 그 예쁨이 남아있지 않아 안타깝다.


이나리는 풍년, 성공의 신이라고 한다. 이나리의 사자로 여겨지는 여우가 물고 있는 것도 쌀창고의 열쇠이고.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 아니면 그래서일지도 모르지만 참배를 드리는 사람이 많았던 건 아니나 끊이지 않았다. 신사에 참배하는 걸 보는 건 여러가지로 오묘한 기분이 드는 경험이다.

타이샤 안쪽 산 정상까지 이어진 참배길에는 모두가 알 센본도리이千本鳥居가 있다. 밤이라 좋은 사진을 건질 수가 없어 많이 아쉬움이 남았다. 삼각대 없이 찍으려니 도저히 흔들림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모기가 너무 많아서 긴바지를 입은 나만 빼고 일행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린 참배길을 다 돌 필요는 없으니 길이 갈리는 분기점까지만 갔다. 다른 관광객들도 그랬고. 그리고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거든.



つじや 四条御幸町店
http://www.kyoto-tsujiya.com/
食べログ

일단 교토 가면 먹을게 있겠지하고 올라왔으나 뭘 먹을지 정해놓은 건 없었다. 전날은 라멘을 먹었으니 이번엔 야키토리를 먹자하고 믿음직한 타베로그를 켜서 근처에 있는 야키토리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이 맛이 좋은 곳이었다. 안되는 일본어와 영어 메뉴판을 동원해 시켜먹었지만 1년이 훨씬 넘은 지금 기억이 날리 없다. 닭 연골과, 연골… 연골 밖에 기억나지 않네. 야키토리가 배고파서 맛있었던 것도 있지만 맛 자체가 좋았단 건 사실이다. 교토의 번화가 가와라마치 근처에 있으니 들리고자 한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보며 이걸 쓰고 있으니 다시 가서 먹고 싶어진다 아이고.

〈샌 안드레아스〉 (2015)

썩 괜찮은 재난 영화였다. 대규모 재난물은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 장면들을 가지고, 멋진 영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 길을 아주 잘 걸었다.

〈2012〉 같은 경우엔 감독의 ‘압도적인 장면’에 대한 사랑과 규모가 남다른 재난 스케일에 힘입어 개인에게 닥치는 재난이라는 체험적인 부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지진이 난 도시라는 배경에서 관객이 원하는, 그리고 지진이 나면 관객이 겪을 장면들을 잘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장면들에서 실제라면 죽을 거라는 걸 잘 알겠더라. 문과인 난 반드시 죽을거야. 더불어 결혼할 사람의 전 배우자가 구조대원이면 꼭 그와 친하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