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恋愛】 —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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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恋愛】특정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껴 고양된 기분으로 둘이거만 함께 있고 싶고, 정신적인 일체감을 나누고 싶어하며, 가능하다면 육체적인 일체감도 얻길 바라면서,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워하거나 드물게는 이루어져서 환희하는 상태에 있는 것.

“오오, 알아, 알아. 이거 ≪신명해 국어사전≫이지?”
“예. 제5판입니다.”
“독특한 뜻풀이가 재미있기로 유명한 사전이지. ……그런데?”
“예?”
“얼버무리지 마, 마지메.”
니사오카는 의자째 가까이 다가와서 마지메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사랑에 빠진 거지? 그렇지?”
마지메는 니시오카가 흔드는 바람에 미끄러져 내린 안경을 콧등으로 되돌려 놓았다.
“확실히 개성 있는 뜻풀이이긴 합니다만, 연애 대상을 ‘특정 이성’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니시오카는 마지메에게서 팔을 떼고 의자째 자기 책상으로 돌아갔다.
“……마지메, 혹시 그런 사람?”
그런, 이라니. 어떤 걸 가리키는 건가.
니시오카의 말을 흘려들으면서 마지메는 펼쳐 놓은 몇 종류의 사전을 조사했다. 모든 사전이 ‘연애’ 항목에 펼쳐져 있지만, 하나같이 남녀 사이의 감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실을 감안하건대 이들 기술에는 정확함이 결여되어 있다.
‘연애’ 용례채집카드에 ‘사전에 반드시 실어야 할 중요도 높은 단어’를 의미하는 이중 동그라미를 쳤다. 바고란에는 ’남녀만으로 괜찮은가? 외국어 사전도 조사해 볼 것’이라고 기입했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 船を編む》를 읽다가 기록해둔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의 ‘사랑’ 항목의 정의가 어떤 상대에서 남녀로 바뀐 어이없는 일이 생각난다.

댓글 3개

  1. 오랜만입니다. 르-미르님 안녕하세요.

    ‘배를 엮다’는 작년 부천영화제때 영화로 감상한 작품입니다.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위기, 그리고 언어와 사전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열정이 마치 수묵이 한지에 번지는 듯 제 마음에 다가왔던 작품으로 기억납니다.

    저도 아마도 국립국어원의 높으신 분들이 몇몇 집단들의 사소한 반발을 접하고, 두려워하여 황망히 재개정을 한 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책을 읽고 영화를 봤는데 좀 부족한 점이 많더라구요. 그래도 용례채집카드가 어떻게 생긴건지, 연애항목이 기술되는 장면 등은 아주 좋았습니다. 책도 읽어보셨나요?

      미우라 시온이 영상화하기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 글 읽는 내내 그려볼 수 있는 점이 좋았지만 번역이….. 심한 번역어투라 처음부터 끝까지 거슬린 점이 문제네요. 이런 어투 좋아하는 분에겐 문제없을테지만. 흑.

    • 마침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방학이라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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