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웹진에 실린 남다은 영화평론가의 글이다.
“왜 이 영화인가. 좋은 영화 글은 언제나 이 질문과 힘껏 부딪친다. 전 세계를 떠다니는 수천 편의 영화 중 한 편으로서가 아니라, 지금 나를 건드린 단 한 편의 영화와 마주하는 것. 그건 거리를 두고 영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설명하거나 심판자가 되는 게 아니다. 그건 바로 이 영화가 하필이면 이 순간 자신을 지나간 흔적에 대해 생각하는 일, 즉 나의 시간과 영화의 시간, 혹은 내가 사는 세계와 영화가 숨 쉬는 세계가 만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다.”
“이 영화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글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영화글의 기준이 될 이유는 없다. 영화뿐이 아니다.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것일 것이다. 사실상 나만의 경험과 싸움이기에 모든 이들이 이런 글을 필요로 할 순 없다. 그러나 내 안에 담긴 체험을 어떻게든 나의 바깥에 실체로 남기고자 하는 열망이 글을 쓰게 하는 것이고, 누군가는 혹은 세계는 그 열망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