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유람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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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공항을 출발하면서부터 열심히 바깥을 찍어보려 노력했다. 공항과 육지를 — 전부 섬인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 잇는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열심히 찍었는데 도저히 안된다는 걸 깨달을 때쯤 저 멀리에 정말 못생긴 교토타워가 보였다. 어쩐지 주택이 많이 보인다더만 어느샌가 교토였구나! 공항과 교토는 대략 서울에서 천안까지의 거리다.

교토역은 지어진 모양새가 도시를 위아래로 나누는 모양이기 때문에 역사 가운데를 가로지르기 최대한 편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일종의 민자역사이기 때문에 길찾기 복잡한건 우리나라와 매한가지다. 먼저 교토를 여행하는 데 아주 유용한 버스 일일승차권을 구매하고

나름 교토역 인증샷도 찍어봤다. 셀카봉의 은총을 입지 못했던 우리의 시도는 모두 팔이 짧다는 걸 실감하며 이렇게 밖에 못찍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진을 더 많이 찍을 걸 그랬는데 뭐, 이런 후회는 여행 전반에 걸쳐 한다.

숙소에 가려 버스 정류장에 나가봤더니 미스트를 뿌려주고 있다. 열도의 신문물이 대단하다! 게스트하우스 체크인은 오후 4시지만 이렇게 일찍 — 오전 9시였다 — 가는 이유는 미리 짐을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짐을 다 들고 다닐 순 없잖아.


교토 버스를 처음 타본 친구는 버스가 왜이리 느리냐며 한탄했지만 그게 교토의 이상함 아니겠는가. 오래된 계획 도시라 길은 많은데 좁기까지 하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버스에서 내리고도 주택가 사이를 지나 도착한 숙소는 꽤 작고 예뻤다. 기왕 교토에 가는 거 일부러 이런델 고른 보람이 있었다.



그 길로 교토의 거리를 걸었다. 교토고쇼까지 버스로 이동하면 예약해놨던 가이드투어 시각까지 꽤 시간이 남을 거 같아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나중엔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되지만…. 그래도 가는 길에 우연히 본 빵집이 훌륭했다. 모든 빵이 100엔인데다가 — 가격표의 금액은 세금비포함이다. 알아서 소비세 8%를 더해보자 — 빵의 맛은 우리나라보다 좋다. 크, 에그타르트 또 먹고 싶다.

Pin de Bleu
http://www.pin-de-bleu.jp/

일단 점심을 먹어야 하기에 미리 골라놓은 함박스테이크 가게에 향했다. 햄버그스테이크가 맞는 표기라지만 함박이란 단어가 주는 맛이 있으니 그냥 쓰기로 한다. 사실 여기까지 가는데 엄청나게 걸었다. 지도로는 분명 그리 멀지 않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무지 길더라. 고쇼 외벽을 따라 걷는데… 끝이 안보여. 전날 밤에 많이 자지 못해서 몸은 무겁지, 하필 근무시간대라 주변에 일본어는 한마디도 안들리지 — 이게 참 힘들더라. 교토는 관광지가 아니면 무척 조용한 곳이다. 그렇게 지금 우리가 외국에 놀러 온건지 뭐하러 온건지 모르겠을 때쯤에,


가게에 도착했다. 오픈시간인 11시보다 15분쯤 일찍 도착했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커플이 하나 있더라. *오! 믿을 수 있는 현지인들의 웨이팅!* 나는 메뉴판에 떡하니 써있는 게 가게의 주력 메뉴인 듯 싶어 프리미엄 와규 햄버그를 골랐다. 한 친구는 탄시츄 스테이크. 탄시츄(タンシチュー)는 그러니까… 텅스튜(Tongue Stew)다. 소 혀로 한 그것.

요리가 나오고 먹어보니, 아 정말이지 대단했다. 스테이크를 잘 썰어 짭짜름한 소스와 반숙된 계란 노른자와 함께 먹어보면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며 좋은 식감을 내는데 이게 바로 진짜 함박스테이크란 걸 느꼈다. 셋 모두 한 입씩 물고는 아무 말 없이 감탄했다.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갈 정도로 기분 좋은 식사. 일본에서 먹은 제대로 된 첫 식사가 이렇게 훌륭하니 앞으로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았다.


グリルデミ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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