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쿄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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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야마에서 돌아왔으니 숙소 이야기를 잠깐 해본다. 우린 레트로메트로 백패커즈에 머물렀다. 아사쿠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이곳이 좁긴 해도 시설은 참으로 괜찮았다. 이전 교토에서 숙박했던 곳은 샤워실이 하나 뿐이라 기다리는 일도 있었는데 이곳은 샤워실도 두 곳, 화장실도 두 곳이라 여유롭게 쓸 수 있었다. 좁은 건물에 그렇게 다 들어가 있다는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긴 하다.


レトロメトロバックパッカーズ
http://retrometrobackpackers.com/

로비는 이렇게 생겼다. 밤에 찍은 거라 좀 어둡긴 하다. 차도 끓여마실 수 있고 컴퓨터도 이용할 수 있다. 이 사진을 찍을 땐 저기 청소하려고 묶어놓은 시트들 뒤에 숨어있다. 안타깝게도 도미토리는 찍지 못했다.

이 날은 토리노이치가 열리는 날이다. 토리노이치에 대해서는 이 글을 한번 봐보자. 다만 나는 아사쿠사에 있었으니 신주쿠의 하나조노 신사가 아니라 쵸코쿠지長国寺란 절에 가는 것이다. 이왕 일본에 왔는데 이런 이벤트는 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이제 밤 12시가 가까워오지만 나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심야라도 걸어갈만 하더라. 다만 친구가 포켓와이파이를 갖고 들어가선 그대로 잠들어 버려서 구글지도의 GPS만 믿고 나섰다.


밤에 걷는 골목길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친구와 수다떠는 편의점 알바분도 보고 저렇게 한국가정요리집도 보고 상수도 공사하는 모습도 보고.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꽤 많더라. 멀리서부터 노점들이 들어서있고. 나야 들어가서 뭘 할건 아니니까 밖에서 사람들 들어가는 것만 구경했다. 절 경내에 들어갈 때 정화를 하기 위함인지 뭘 막 흔드는 모습들도 보고 출구쪽에선 갈퀴를 살 때마다 박수쳐주는 모습도 보았다. 하지만 노점에서 사먹었던 니쿠마끼가 너무나도 맛도 없는데 비싸기만 해서 기분이 많이 상한 상태였던 덕에 이 모든 걸 감흥없이 보고만 있었다. 아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조금의 맛도 없는 500엔짜리 니쿠마끼. 한가지 웃었던 것은 닭을 뜻하는 酉와 서쪽의 西가 비슷하다보니 지나가면서 니시노이치 간다고 하는 남자애가 한명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왕놀림 당하던….

돌아오는 길엔 일부러 살짝 길을 돌아 오는데 저녁 대신처럼 먹었던 미스터 프렌들리의 핫케이크나 하필-먹은게-너무-맛없던 니쿠마끼도 대충 소화되는 듯해지니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눈 앞에 보이는 라멘집에 들어가 하나 먹어보기로 했다.


中華料理 豊龍
食べログ

앉기도 전에 바로 눈에 들어온 미소라멘을 한그릇 시켰다. 심야다 보니 나 말고는 단골손님으로 보이는 사람 한명, 야근 후 퇴근한 걸로 보이는 사람 한명이 전부였다. 넓은 가게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앉을 수 있었다. 주인분도 나이 드신 할아버지셨고 단골과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주 고객들도 비슷한 나이거나 중년 이상이 많았던 듯 싶다.

그리고 나온 라멘은 특별히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치만 하필이면 매운 미소라멘이었다. 메뉴엔 맵다는 얘기 없었잖아요. 이 매움은 일본의 매움이지만 내가 바랐던 것도 아니고, 내가 먹기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이지 이날 밤의 메뉴 선정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터덜터덜 돌아가서 이빨 닦고 얼른 침대에 누웠다. 이런 날 위로해주는 건 이불 뿐이구나 싶은 밤이었다.

오는 길에 본 개신교 교회. 일본에서 교회를 보게 되면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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