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하지 않는 평온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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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교회를 다녔었다보니 온갖 곳에서 생각의 충돌을 경험했다. 설교 시간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었다면 오히려 좀 나았겠지. 날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청년부의 많은 사람들과 이곳저곳에서 부딪히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이 가장 힘들었다. 아무래도 대면하며 충돌하는 건 서로가 원하질 않으니 잘 안하게 되는데 페이스북은 아니잖나. 거기선 진화를 부정하는 사람과도, 소수자를 단죄하는 사람과도, 어처구니 없는 사상을 믿는 사람과도 교회 사람이기 때문에 친구를 맺고 있어야 했다.

특히 신앙관의 차이가 가져오는 괴리가 가장 힘들었다. 교회에선 그게 가장 근본적인 차이이고 거기서 많은 차이들이 비롯되니까 말이다. 그 교회에서 이런걸 처음 겪기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가장 큰 고통을 느꼈다. 그냥 다니기만 한게 아니라 여러가지 맡아서 그랬던 것일까. 결국 교회를 나왔다. 그곳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기에 한 개교회(個教会)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교회 전체로부터 탈출했다.

그랬더니 왠걸. 정말 많이 편해졌다. 더이상 선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혹은, 선언하지 않느라 힘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진화를 부정하는 사람과 괜히 싸울 필요가 없어졌고,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여러번 말할 필요가 없어졌고, 왜 잘못된 사상인지 얘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피곤했는지. 거기에 신앙관이 다른 이들에게 맞춰가며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나도 그런 사람인양 있지 않아도 되니 세상 이리 편할 수가 없었다.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고 얻은 평안. 이젠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물론 모를 일이다. 하지만 친구를 따라 가본 교회에서 지금까지 겪었던 힘든 일들이 떠오르면서 분명히 그렇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