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여학생의 뒷모습. 일본스럽다. 이걸 왜 찍었나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동네 산책을 나왔는데 마침 등교시간이더라. 현지인들은 출근하고 학교 가는 시간에 외국인 관광객은 여유를 즐기며 산책을 한다. 흐흥. 사실 숙소 근처에 키타노텐만구北野天満宮라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가 있다. 다자이후텐만구와 함께 일본 전국에 있는 텐만구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고 하는데, 일정에 끼기엔 애매해서 아침 일찍 나 혼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엔 이런 귀여운 우편함도 있었다. 안녕?
http://kitanotenmangu.or.jp/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꽤 큰 편인 신사이지만 말이다. 난 기요미즈데라 정도의 크기일 줄 알았거든. 밤새 온 비가 아직 그치지 않아 경내를 손질하던 일손들도 보이고 등교하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섞여있었지만 혼자 여유롭게 돌아다니기엔 아주 좋았다. 본전 말고도 뒤쪽에 딸린 신사들도 몇 개 있었다. 그런 섭사, 말사들을 많이 찍어두고 싶었는데 개방된 경내를 지나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그렇게 못했다. 내가 카메라 들고 찍으려고 하면 그 앞 길을 지나던 애들이 멈춰서는 바람에 미안해서 찍을 수가 없었다. 지각하게 하지는 말아야지. 하지만 텐만구에서 가장 재밌던 건 이거였다.
입시합격기원, 시험합격기원, 학업성취기원. 갑호 기도비 5천엔부터, 을호 기도비 4천엔부터.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학문의 신으로 모셔져서 텐만구가 수험생들에게 인기있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을 이렇게 접하게 되니 웃음이 나오더라. 합격을 한 것도 아니고 합격을 바라면서 돈을 내는 모습이 재밌더라. 세상 어딜가나 물질로 기원하는게 보편적이라는 걸 알지만 내 주변은 그러질 않아서 먼 이야기로 여겼는데 여기서 그런 걸 보게되니 신기했다.
돌아오는 길은 올 때와 다른 길로. 게스트하우스의 가이드 지도에 따르면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유흥가花街라고 했다. 요정같은 곳들을 생각하면 좋으려나. 지나가시던 할머니께 물어봐도 그렇다며 비싸서 못가는 가게들만 한가득이라고 했다. 아침에 문을 다 닫았으니 깔끔하게 정리된 골목일 뿐이다.
이렇게 셀카도 찍어보고. 중간부터 왔던 길로 다시 들어가니 갈 땐 못봤던 예쁜 집들도 있었다. 차도 옆 놀이터의 담벼락에는 검은게 앉아있길래 고양이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갑자기 날개를 휙 펴서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보는 까마귀. 그렇게 큰 새였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숙소에 돌아와보니 일행들은 모두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밍기적거리다가 내가 제일 늦게 준비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