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를 먹는다. 이른 저녁이거나 늦은 점심일텐데 아마 늦은 점심에 가까운 식사다. 어제는 라멘을 먹었으니 오늘은 소바. 역시 면 요리를 먹어야 제맛이다. 나카무라토치키中村藤吉는 1854년에 열었다는 곳인데 일본차를 중심으로 빙수, 녹차젤리 같은 디저트류와 소바류를 팔고 있다. 친구의 질주 덕에 웨이팅도 짧았고 금방 앉을 수 있었다. 고마워! 시간이 라스트오더에 가까워져서 정원에 가까운 자리는 앉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메뉴판을 받아보니 여러가지 많았는데 스마트커피에서 아침을 먹은 후 아무것도 안먹은 채 벌써 5시가 됐기에 우린 얼른 식사를 주문했다. 먼저 내어준 차를 마시며 — 내 취향은 아니었다 — 주문마감되는 것도 보고 여행 얘기도 하며 주변을 보니 다들 젤리를 먹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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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べログ
어찌됐든 나온 말차소바세트. 소바와 따뜻한 밥에 미니디저트가 딸려 나온다. 소바는 그 색깔대로 말차향이 살짝 나고 식감도 좋았다. 밥엔 심심하지 않게 김가루가 뿌려져 있고 츠케모노 또한 입맛에 맞았다. 미니디저트에 있는 말차 젤리는 단맛은 일절 없이 말차의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쓰다는 이야기. 같이 들어있는 팥앙금을 함께 먹어줘야겠더라. 그런데 다 먹고 났는데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다. 그게 우리가 먹은 말차소바가 어딜가서도,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소바와 큰 차이를 못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느꼈다. 세트메뉴 중에서 제일 인상에 남고 맛이 있던 것으로 팥앙금을 꼽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다른 사람들이 왜 디저트류를 먹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긴 식사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차를 마시고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곳인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외국인 관광객 세명은 배가 고팠는걸….
주린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우지역으로! 이제 교토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6시가 지났는데 벌써 가면 재미없잖아. 교토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전철에서 내려 일본 전국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