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읽은 첫 책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다. 이 책은 사연이 있는데, 내가 펭귄판만 세 권 거기에 민음사판까지 모두 4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금 처음으로 읽었다.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런 사연이 있다.
난 이 작품이 로코물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무도 내게 로코물이라고 이야기해주지도 않았고 어느 영상 클립을 봐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 작품을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 시작했더니 세상에나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기를 바라며 읽었다. 계속 낄낄거리게 되는 소설은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이렇게 신나는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물론 유럽에 온 이후로는 읽을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쉬운게 아니었다. 그래서 여행 11일 째 밤이 되어서야 다 읽을 수 있었지만 그동안 전자책을 펼 때마다 — 킬 때마다? — 마음을 편히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시대가 시대다보니 거부감이 드는 곳들이 한두곳이 아니었지만 그건 후세를 사는 독자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옛날 작품을 읽으며 괴롭지 않은 적이 어디 있을까.
이제 친구의 오랜 추천작을 읽는데 성공했으니 어머니의 오랜 추천작인 《폭풍의 언덕》을 읽어야겠다. 얘는 전자책이 없으니 집에 가서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