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토모 케이시의 영화다. 끌리거나 한건 아닌데 지난번 〈치하야후루〉가 부천에서만 상영하고 말았던 경우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 〈치하야후루〉처럼 이 작품 역시 만화 원작에 전후편으로 나뉘어있고, 이번에도 원작은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처럼 좋았던 전편에 조금 부족한 후편이면 어쩌나 걱정됐다.
일단 배우들을 보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본 카미키 류노스케는 여전히 연기를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모르겠다. 열 받아서 말로 사람 깔아뭉게는 연기는 정말 잘하는데. 키요하라 카야는 처음 보는 건데도 어디서 많이 본 듯 익숙해서 이상했다. 누구 엄청 닮은 사람이 있었나? 아리무라 카스미는 점점 나아지는 연기를 보여줘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영화로서는 아쉽게도 위에서 말했던 걱정이 들어맞았다. 전편이 더 나았다. 전후편 모두 일관되게 주인공의 성장을 그렸지만 나는 스포츠물로서의 〈3월의 라이온〉을 기대한게 컸기 때문에 장기와 성장이 깊게 연관지어졌던 전편보다 상대적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깊게 그리는 후편이 실망스러웠다. 특히 카와모토 집안 이야기만이 약간 붕 떠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상영 시간이 그리 긴데도 이러면 안되지 않나 싶었다. 들어보면 그 부분의 이야기 자체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데 영화와 만화라는 매체의 차이 때문에 그리 느껴지는 것 아닐까 싶다. 원작을 본 사람들은 후편을 더 좋게 평가하더라.
원작 팬이라면 — 그리고 카미키 팬이라면 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이지만 원작을 읽지 않았고 딱히 끌림이 없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