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가 된 지 10년

처음 호기심에 블로그를 만든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오늘이 정확히 10주년은 아니고 15일 전이 개설일인데 보름이나 지나서야 10주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성의 시간을 잠시 가져보자. 반성, 끝.

나이가 서른이 되지도 않았는데 10주년이라는 건 삶의 1/3 이상을 블로그를 하며 지냈다는 이야기일 게다. 방금 9주년 째에 썼던 글을 들춰보았는데 — 옛날 블로그에 쓴 글이기 때문에 링크할 수 없다 — 소소하게 이벤트를 하겠다고 기분 좋게 적어 두었더라. 어차피 새로 옮긴 블로그에 오는 사람도 없으니 조용히 묻어 가자.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하는 말이에요.

어떤 이들처럼 블로그를 꾸준히 열심히 능력 있게 꾸려온 것도 아님에도, 그래도 아예 없애거나 하지 않고 짧게 짧게나마 계속 써온 것도 다행이라 여긴다. 이야기하는 것을 귀찮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라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성격을 가져서 이럴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잠깐 작년에 블로그를 하며 어떤 일들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일단 모처의 블로그 서비스를 떠나 WordPress.com으로 옮겨온 게 제일 큰일이었다. 2004년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던 곳이고 그동안 쌓아놓은 4천개 가량의 글들을 – 9년 동안 4천 글이면 참 적은 양이다 – 놓아두고 터를 옮긴다는 건 내 성격상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곳에 새로 자리를 잡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남기고 싶은 글이란 것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되었고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블로깅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0주년을 맞이하여 또는 내일부터 시작하는 갑오년을 맞이하며 어떤 주제라도 몇백 자라도 꾸준히 적어보려 한다. 헤밍웨이가 500자 정도의 글을 매일 썼다고 하는데 그의 500자와 내 500자의 결과가 다를지라도 적어도 내 생각을 전하는 방법에 좋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선언이 평생 우리와 함께 하는 새해 다짐들의 비참한 운명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여러번 반복하니 글을 쓰지 못했을 지라도 너무 타박 마시기 바란다.

이브 우주 최대의 전투가 벌어지다.

The Verge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가상의 우주전에서 20만 달러 이상의 우주선이 침몰하다라는 기사다.

소행성에서 광석을 채굴하던가 약한 해적들을 잡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한때는 즐겁게 다녔던 이브 우주에서 또 한번 최대 규모의 전투가 벌어졌다기에 발번역이나마 옮겨보았다.


이브 온라인(EVE Online)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플레이어들이 쌓아온 독자적인 경제, 정치, 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대한 연합들이 게임 안의 우주 영역들을 두고 다투는 전쟁 역시 치뤄진다. 어제 벌어진 충돌은 이 게임의 10년 이상의 역사에 가장 거대한 전투로 이어졌다. 이브의 거대 연합들의 멤버 2,200명 이상이 하늘에서 서로에게 포문을 열었다. 이 전투의 피해액은 현실 세계의 2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평가된다.

액수의 대부분은 전투에서 침몰한 70척 이상의 타이탄에서 나온다. 타이탄은 이브의 가장 거대한 함선으로 몇 주간의 건설 기간(역자 주: 현실 시간이다)과 몇 천억 이상의 ISK(이브의 화폐단위)가 투입된다. 게임의 지불 방식에 따라 플레이어들은 이런 배들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 이브 플레이어들은 월정액권(PLEX, 파일럿 면허 갱신)을 현실 세계의 돈이나 게임 내의 화폐로 구입할 수 있다. 두 화폐 간의 환율 시세는 이 가상 세계 우주선들의 가치에 따라 정해진다. 어제의 전투로 파괴된 가장 고급의 타이탄 중 하나는 2천 2백 20억 ISK, 거의 5,500 달러의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볼 때 이런 손실을 일으킨 원인은 지불을 잊어버린 것이라 한다. 이브의 역사가들은 작은 항성계들을 두고 주요 연합들이 서로에게 무차별로 공격해댄 이 충돌의 시작을 지난 10월로 본다. Nulli Secunda 연합이 B-R5RB 항성계의 핵심지역에 위치한 기지의 사용료 지불을 잊어버리자 상대 새력이 들어와 코 앞에서 이를 낚아채간 것이다.

Nulli Secunda와 Pandemic Legion의 동맹과 CFC와 RUS 동맹의 충돌이 확대되면서 어느 쪽도 후퇴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양측은 서로를 이 중요한 영역에서 몰아내고자 자신들의 가장 큰 함대들, 그리고 가장 비싼 타이탄들을 전개하였다. 잠시 동안 타이탄들은 수없이 많은 미사일과 레이저를 주고받으며 보다 작은 함선들을 처리하였다. 미국에서의 접속이 늘어나면서(as the United States came online) 전세가 뒤바뀌었다. 미국인 플레이어들의 증원을 받아 CFC는 B-R5RB 항성계를 확보하고 적의 타이탄들을 이 지역에서 몰아내기 시작했다.

이브의 개발사 CCP는 아직 참전자수를 파악하고 있다고 하지만, 4,070명이 참가했던 2013년 7월의 6VDT-H 항성계 전투에 맞먹을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어 수에 상관없이 이미 어제의 전투는 이 게임 역사상 가장 유혈이 낭자한 전투로 기록됐다. The Mittani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 전투에서 타이탄이 가장 많이 침몰했을 때가 12척이라고 하고 이는 1조 ISK에 달한다고 한다. 전투의 포연이 가신 후에 75척의 타이탄이 고철이 되고 이는 3,000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유로게이머가 말하길 CCP 대변인 Ned Coker는 이 전투가 “규모와 파괴의 양에서 다른 온라인 게임들의 플레이어간 전투들을 왜소하게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전투의 결과는 이브 세계의 경제와 정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참전했던 양측은 재빠르게 재무장과 재건을 하고 있고, 게임 속 자원인 트라이타늄(tritanium)은 가격이 오르고 있다. Coker는 “이런 종류의 전쟁은 과학 소설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접속이 늘어나 전세가 바뀌었다는 것은 이브 온라인의 특성 때문이기도 한데 다른 세계 규모의 온라인 게임들과 이 게임이 다른 점은 세계에 오직 한 개의 서버만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유저든 폴란드 유저든 캐나다 유저든 같은 세계에 지낸다는 것으로, 전투 시작 시간(14:09 GMT)이 이미 동부표준시로 오전 9시였다. 전투가 7시간동안 벌어졌다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이 정오 즈음에 접속해오지 않았나 싶다.

내가 찾는 조용함

난 내게 맞는 시끄러움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내게 맞는 시끄러움이란… 예를 들면 카페의 시끄러움 같은 것이다 — 사실 그건 그냥 시끄러운게 아니라 내 주변을 감싸는 일종의 조용함 바깥의 소음이라고 느끼는데, 사람이 많을 수록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과 통하는 그런 것인 듯하다. 그러면서 요즈음 내가 좋아하는 조용함이 어떤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조용함은 어떤 것이냐 하면 정말 매우 조용한 것이다. 다른 이의 대화가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조용함을 넘어서 인간이 내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것. 이게 기준이 애매한데 음, 자동차 소리가 멀리 들리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옆옆옆자리에서 웃고 담소를 나누는 — 떠드는게 아니라 — 사람의 목소리는 싫다. 방문 밖에서 동생이 어머니를 부르는 목소리는 싫지만 노트북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는 괜찮다. 어머니는 이런 내게 명상할 절을 찾냐 하셨다. 절이라도 갈까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었는데.

한참이나 이런 장소를 찾아 돌아다녀 보았다.
도서관? 그 곳은 처음부터 제외된 곳이다. 도서관의 공기는 나를 눌러 죽이려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조용히 못해! 아무 소리도 내지 마!
카페? 카페 주인들은 왜 그리 배경음악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손님이 없는 시간인 적적할까봐 트는 것일까. 게다가 어르신들만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 큰 목소리는.. 내가 감당할 것이 아니다.

결국 배경음악을 크게 틀지 않는 카페를 찾기로 타협하기로 했다. 근데 그런 곳은 많지 않더라.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러면 뭐 빨리 독립하는 수 밖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