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팟캐스트앱, Sodio

난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번을 듣더라도 좋은 앱으로 듣고 싶어서 지금까지 이런저런 팟캐스트앱을 써왔다. 애플 공식 앱, Overcast, Castro, 그리고 이제는 개발이 중단된 Instacast를 사용해봤다. 하지만 요즘은 스톡홀름에서 온 Sodio를 사용한다.

이 앱을 쓰는 이유는 예쁘기 때문이다. 런칭 때의 Sodio는 구독과 재생 위주의 미니멀리즘을 강하게 추구하는 앱이었다. 대신에 어느정도 필수라고 여겨지는 기능들이 없는 단점이 있었다. 기능이 많아지면 인터페이스가 복잡해지기 쉬우니 말이다. 유명한 Overcast는 강력한 기능이 많은 덕분에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1.2버전으로의 업데이트로 적절한 답이 나온 것 같다. 이젠 에피소드의 설명을 읽을 수 있게 됐고 앞으로 8초 감기와 대기열이 추가됐다. 사실 업데이트를 기대하고 있던 이유는 에피소드 설명을 어떻게 띄울지가 제일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 좁은 식견으로는 결국 넓게 받아들여질 만한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UI가 어떤지는 Sodio 블로그를 보면 GIF 이미지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이전까지의 Sodio가 재생만 하는 앱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Moments라는 재밌는 기능이 있다.

내가 해본 적은 없어서 다른 사람이 올린 걸 찍어왔다. Moments는 에피소드 중 1분을 떼어내 코멘트를 붙이거나 해서 공유하는 기능이다. Sodio 앱이 없는 사람도 브라우저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이걸 소셜 미디어에 그냥 소개하기도 그렇고 어떤 앱처럼 통째로 들을 수 있게 공유하는 것도 그렇고 하는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이 기능을 쓰면 좋을 듯 싶다.

앱스토어를 찾아보면 워낙에 좋은 팟캐스트 앱들이 많아서 골라쓰는 재미가 있다. 편리한 기능이 많은걸 좋아하는 사람은 Overcast나 Castro를 쓰는게 좋을 것이다. 디자인에 치중한 또다른 앱에는 Network가 있지만 유료앱이니 리뷰들을 읽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나는 기능이 아무리 많아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에게 Sodio를 한번 사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교토유람 015

오사카의 아침이 밝았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인 이 날, 우리의 계획은 쇼핑 뿐이다. 쇼핑마저 같이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 난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숙소 앞 홋쿄쿠세이에서 점심을 먹기로 정하고, 아직 가게들도 문을 다 연 건 아니니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점심 때가 되면 다시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내가 사고자 한 것들은 음반과 책이 전부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도톤보리에 있는 츠타야에 들렀다. 음반은… 내가 사고자 하는 음반들이 없었다. 같은 가수의 다른 음반들은 있는데 딱 그것만 없더라. 헐. 이 일을 계기로 일본 음반도 디지털 구매로 넘어가게 됐는데, 정작 이 땐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찾던 책도 없었다. 있는게 뭐야….

하는 수 없이 도톤보리를 돌아다녔다. 평일 오전 도톤보리엔 중국인들이 제일 많더라. 그러다 이럴거면 덴덴타운이나 가자. 뭐라도 사겠지 싶었다. 다행히 걸어서 가기에도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햇볕이 쨍해서 걷다보니 땀이 났지만 금방 아케이드 상점가를 발견해 해를 피할 수 있었다. 근데 여기가 참 좋은 곳이더라. 각종 주방용품들이 한가득 있지 뭔가. 그릇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지만, 일단 덴덴타운에 가는게 목적이었으니 몇군데 눈도장만 찍고 계속 움직였다.

이제 덴덴타운에 도착! 그치만 여기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다. 익숙한 가게들과 익숙한 표정들. 좋아하는 만화책 몇 권을 사고, 즉석에서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괜찮아보이는 만화책들도 몇 권 샀다. 로밍이 너무 느려서 검색에만 몇십분 걸리던게 제일 힘들었다.

다시 그 상점가로 돌아온 건 한시간이나 지나서였다. 이곳의 이름은 센니치마에도구야스지 상점가千日前道具屋筋商店街. 사고 싶은 건 많았다. 그렇지만 그릇의 무게가 좀 나가야 말이지. 가격이 그리 비싸지도 않은데 맘에 드는 건 많아서 이것도 저것도 사고 싶었지만 결국 구매한 건 나무로 만든 가벼운 밥그릇 국그릇들이었다. 가족 수에 맞춰 4개씩 샀다. 이것들은 지금도 집에서 잘 쓰고 있다.

이러는 사이 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숙소로 돌아왔더니, 이런. 홋쿄쿠세이에 웨이팅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걸 다 기다리고 먹으면 비행기 시간이 너무 촉박해질 것 같아 다른 곳에서 먹기로 한게 도톤보리 한가운데에 있는 우동 음식점 이마이今井이다.



道頓堀 今井 本店
http://www.d-imai.com/
食べログ
이마이는 도톤보리 한가운데에 작게 있는 곳인데 실제로 조그맣지는 않고 1층부터 4층까지 쓰는 가게다. 하지만 번화한 빠칭코들 사이에 조금 들어가 있는 건물이라 애써 찾지 않는 이상 초행길엔 발견하기 어렵더라. 우리도 한번 가던 길을 돌아와서야 찾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단품메뉴도 엄청 몇 페이지에 걸쳐 적혀있을 정도로 많았지만 우리는 간단히 키츠네우동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맛이 좋더라. 지금까지 먹어본 우동 중에서 제일 맛있는 정말 훌륭한 맛이었다. 유부도 맛있고 면도 맛있고. 오무라이스를 못먹은게 아쉽지만 이정도로 훌륭한 우동이라면 괜찮았다!

사실 그 오무라이스 지금도 너무나 먹고 싶다. ㅜㅜ


밥을 다 먹고 나서도 우린 쇼핑을 했다. 이번엔 같이 다녔는데 이때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버리고 말았다. 옷도 사고 뭐 여러가지 샀는데 이게 그만, 어이쿠 벌써 이런 시간이! 우린 부랴부랴 난바로 가서 라피트를 타고 공항으로 떠났다. 이때 계산해보니 시간이 엄청 촉박한 것이다. 공항으로 달려가는 기차 안에서 공항에 도착하면 어디로 달려가야 하는지, 너가 뭘 하는 동안 나는 뭐하고 나는 뭐하고….

결국 공항 안에서 달리고 달리고 해서 출국수속을 제 시간 안에 마칠 수 있었다. 수속마감 겨우 몇분 전이었으니 무척 촉박하게 온 것이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한국에 가져가려고 난바역 편의점에서 구입했던 음료들을 위탁수하물로 맡기지 않아버린 바람에 버려버리고 말았다. 아이고.

일본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은 공항 내 카페의 카츠샌드였다. 공항 카페의 음식이 어디 가겠나. 나중에 한국에서 먹었던 카츠샌드가 더 맛있었다.


이날 오후부터 영 날씨가 좋지 않더니 결국 비가 내리더라. 돌아가는 비행기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보다 기내의 짐이 많았다. 다들 많은 걸 싸들고 귀국하니까 짐칸 경쟁도 치열했다. 우린 벌써 여행이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이 엄청 크게 남았다. 출국 전 몇시간 내에 엄청 서둘렀어서 그런지 피로가 많이 몰려오기도 했다. 응 꼭 다음엔 그런 일을 겪지 말아야지.

이렇게 앞으로 절대 이 날과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겠단 결심을 했지만 정확히 1년 뒤 똑같이 해버리고 만다. 귀국 후 우린 맥주며 음료며 초콜릿이며 서로의 캐리어에 나눠 담은 물건들을 다시 분배했다. 맥주는 무게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골고루 나눠 담았었다.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