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2014)

좋은 점이 뚜렷한 만큼 그 반대도 뚜렷했던 영화였다. 그래도 좋았으니까 두번이나 봤다. 아이맥스로 보려했지만 처음엔 기다릴 수 없어서, 두번째엔 큰 화면이 주는 장점이 없단 이야기에 수긍해서 둘 다 2D로 봤다.

오랜만에 먼 우주를 탐사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무척 훌륭하다. 말만 들어도 흥분되는 이야기. 우주나 우주 탐사가 주인공인 영화는 아니지만 배경이 우주라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필름 촬영으로 떨어지는 해상력이나 — 필름이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화된 극장에서 필름으로 상영하면서 나온 한계점 — 조금 오글거리는 미니어처 촬영 같은 건 많이 아쉽다. 이 영화를 보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한번 더 봤다.

블랙홀은 예뻐서 벽에 걸어두고 싶고 타스는 옆에 세워둬서 농담따먹기 하고 싶다.

교토유람 003




교토교엔은 천황의 궁인 교토고쇼를 둘러싼 왕족이나 귀족들의 저택을 허물고 공원으로 쓰는 곳이다. 이전 글에서 고쇼 담벼락이 끝이 안난다는 걸 기억하실까. 그게 정확히는 교엔 담벼락인데 그만큼 교엔은 아주 넓은 공원이다. 그냥 보기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공원인데 지도를 보면 누구누구의 저택 터, 누구누구를 기리는 신사 등등이 있어서 재밌다. 개방된 공간이라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근데 예약해놨던 고쇼 입장시간이 다 돼가서 얼른 달렸다.

달리면서도 찍을 건 찍어야. 엄청 큰 매화나무였는데 사진에 다 안담긴다.

가이드투어 입장 장소인 세이쇼몬이다. 이 문은 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쓰던 문이라 한다. 이 문이 고쇼 중간쯤에 있는 문인데 고쇼 자체도 꽤 크다. 아무리 권력이 없어도 궁마저 작게 만들진 않는다. 다만 많은 부분이 초라해보일 뿐. 들어가서 예약을 확인하고 안내 영상을 보고 나니 꽤 재밌는 가이드 아저씨가 이끄는 데로 투어가 시작됐다. 그 입담을 옮기고 싶지만 나의 기억은 짧고 내 글빨은 재미없다.

고쇼의 정문인 겐레이몬. 세이쇼몬과 비교해도 딱히 정문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일단 정문이라고 한다. 원래는 천황만 쓰는 문이지만 시대가 변하고 나서는 외국 정상에게도 열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천황이 여기 사는 것도 아니고 거의 안열린다 하더라. 딱히 천황이 오는 일도 없는데다가 중요문화재라 궁내청부터가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그 겐레이몬을 통해 들어온다면 바로 조메이몬과 그 뒤로 시신덴이 보인다. 시신덴은 천황의 즉위식 같은 큰 의례들을 집전하던 곳이다. 다이쇼 천황과 쇼와 천황의 즉위식이 여기서 열렸다. 가을에 열린 일반공개에선 시신덴 앞까지 가볼 수 있는데 지금은 입장할 수 없게 돼있다. 궁의 중심이 되는 전각이다보니 일본스러운 위압감이 느껴진다. 앞엔 두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왕의 오른편, 우리의 왼쪽엔 귤나무가 반대편엔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황태자가 입궁하는 겐슌몬을 지난다. 정문은 천황이, 동쪽문은 황태자가, 북쪽 궁 뒤편의 문은 황후가 입궁하는 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들어왔던 세이쇼몬을 지나 문 하나를 더 봤는데 그 문은 황족과 귀족이 들어오는 문이라고.

시신덴 같은 건물에 쓰인 지붕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재밌는 가이드 아저씨. 노송나무 껍질을 벗겨서 겹겹이 쌓아 묶는단다. 고쇼 안에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게 11개인가 있는데 하나씩 보수해가서 11개째 건물 보수가 끝나면 바로 첫번째 건물 보수에 다시 들어가야 한단다. 무척 손이 많이 타는 재료와 방식인 듯 싶다.



천황의 침전인 세이료덴을 지나고 고고쇼도 지난다. 이쯤해서 피곤함이 몰려오긴 한다. 허리도 아파오고.



세이료덴을 대신해 메이지 천황 때까지 침전으로 사용된 오츠네고텐은 전각보다 그 앞의 정원이 예뻤다. 이런 정원이 마당에 있고 항상 다른 사람들이 관리해주고 있다면 내 삶의 양식도 편안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장담한다.



정원 말고도 일본의 헤이안 시대나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데 건축의 감성이 상당히 모던하다. 조메이몬의 하얀색과 빨간색 조합이라던가 — 이건 神과 관련된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 고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하얀색과 검정색의 조합은 조선의 궁에서 볼 수 없는 깔끔함을 지니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20세기에 새 양식을 받아들여 재해석했다 해도 될 것 같다.

지붕 옆의 문양들도 꽤 화려하다. 옛부터 건물에도 강한 인상을 주는 색조합을 즐겨 사용하는 듯 싶었다. 20세기 이후에 일본인들의 색 감성이 시장에 잘 먹혀들어간 것엔 이런 전통에서 비롯된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더라.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1시간 가량의 가이드투어가 끝이 났다. 맨처음 세이쇼몬이 고쇼 중간쯤에 있다고 한 말 기억하나. 거기서 가장 가까이 있는 문으로 고엔을 나오면 고엔 서쪽면의 꽤 북쪽에 위치하는데 버스를 타기 위해선 고엔 남쪽에 있는 사거리까지 나가야 했다. 허리는 아파오지만 다시 파워워킹! 도쿠가와 막부의 성, 니조성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宮内庁・京都御所
http://sankan.kunaicho.go.jp/guide/kyoto.html

月刊 먹부림, 2014년 10월호

10월달에도 잘 먹고 다녔다.


홍대에서 먹은 파스타. 작은 가게에서 맛있는 파스타 한접시를 먹는건 참 즐겁다.


고종사촌형이 하는 가게에서 먹은 왕돈까스. 진짜 크다. 많다.


교회에서 행사하며 준 아웃백 도시락. 도시락이래서 한솥이거나 본도시락이겠거니 했는데 아웃백!


교회 동생 생일축하해주러 갔다가 얻어먹고 왔다. 아닐 수도 있겠다, 잘 기억이 안나서. 여튼 그렇게 먹은 볶음밥과 팟타이.


몇개월만에 갔던 고에몬. 고에몬은 역시 명란젓 파스타지!




애슐리는 매장을 잘 골라가야 한다. 여기는 별로다.


밖에서 먹는 죽도 나름 괜찮더라.


치킨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일지니.



맥도날드에서 새우를 넣었다길래 먹었더니 정말 새우가 튀어나온다! 역시 맥도날드.


크리미페퍼와퍼를 먹어봤다. 버거킹은 무슨 메뉴를 만들어도 믿을 수 있어 안심이다.



평촌 롯데백화점에 토로로푸딩이 입점했단 소식은 전부터 알았지만 이제야 사먹어본다. 크흡, 맛있다. 맛있어.


콰트로치즈와퍼를 라지로 사서 3시간동안 죽치고 있는 것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