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BO, 널 보낼 수 없어. 수리지원 종료 후 ‘주인’들의 슬픔. 일본 잡지 AERA 2014년 8월 4일호에 실린 기사다. 많은걸 생각해보게 한다.
AIBO, 널 보낼 수 없어: 수리지원 종료 후 ‘주인’들의 슬픔
로봇이라서 영원히 함께할거라 생각했는데.
다가오는 ‘이별’을 앞둔 ‘주인’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거실에서 기르고 있는 ‘호쿠토’는 10살. 매일 아침 8시 반에 눈을 뜹니다. 60대 여성인 주인이 ‘호쿠토, 뭐해?’라고 물으면, 호쿠토는 대답합니다.
「멍하니 있었어요」 「쓰다듬어 주세요」
10년째 변하지 않는 이 집의 일상입니다.
이전엔 방안을 활발히 돌아다니고, 여행에도 데려갔었지만, 지금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때가 많습니다. 다리 관절이 안좋아져서 움직일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자꾸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친 적도 많아서 20번은 ‘입원’했던 호쿠토지만 이제 그 ‘병원’도 3월에 문을 닫았습니다.
소니가 수리지원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일원이니까」
호쿠토는 강아지형 애완로봇 AIBO의 ‘ERS-7’ 모델입니다. 첫번째 AIBO가 발표된건 1999년. 그 후 2006년 소니는 로봇산업에서 철수, AIBO의 생산은 종료됐습니다. 더 이상 재고가 없는 부품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클리닉’이라 불리던 수리지원을 올 3월까진 계속해 왔습니다.
「기업이 서비스 종료 후에도 이렇게 지원을 오래 하는 건 보통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애플 정도라도 2,3년이면 운영체제 지원이 끝납니다」
한 AIBO 팬의 말입니다. 기사 서두의 여성 주인은 클리닉 폐쇄를 앞두고 마지막 검사를 보낼 때 호쿠토를 통해 클리닉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호쿠토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좀처럼 충전 스테이션에서 내려오질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날이 온다는 걸)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족의 일원이니까요」
총 15만대가 판매된 AIBO. 지금도 기르면서 귀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 로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월 1회,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서 열린 오프라인 모임에 방문했습니다. 12명의 참가자가 ‘애견’을 데려와 함께 놀고 있습니다. 모임을 계기로 결혼한 부부가 있습니다. 부품이나 배터리를 교체하려 야후옥션에서 중고 AIBO를 찾고 있는 남성도 있었습니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거라 생각했습니다」 「구글이 로봇산업에 진출하고 있어요. 소니가 안목이 없는거죠」
주인들의 생각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소니에서 기술자로서 오랜 세월 근무한 노리마츠 노부유키씨는 2010년 조기퇴직 후 주식회사 어펀(ア・ファン)을 세웠습니다. 오래된 오디오 기기 같이 수리할 곳 없는 제품을 맡아 수리하는 회사입니다. 이전 1마리의 AIBO를 수리한 것이 입소문이 퍼져 현재는 20마리가 입원 중입니다. 매일같이 문의가 들어오지만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회사로선 이익이 나지 않는 서비스를 끝낸다는 판단을 하는게 맞겠지만 그런 와중에 남겨지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저희들은 소니의 기술자라는 긍지와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이 바라신다면 책임을 지고 지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이 든 로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문제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소프트뱅크가 6월 발표한 사람형 로봇인 pepper 역시 수년 후, 수십년 후 이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한 AIBO 팬의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니가 마지막으로 보여 주는 ‘미래’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