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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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 취미를 책읽기라고 얘기해왔다. 많은 즐거운 일들 중에서 가장 진지하게 즐거울 수 있는 것을 꼽자니 그렇게 됐다. 어떤 책을 주로 읽냐 물어보면 역사책을 주로 읽는다, 그중에도 일본 역사를 봐요라고 답했다. 일본역사를 읽는다고 말하는 시점부터 이상한 시선을 받는다. 이 나라에서 일본사의 취급은 그런 거니까. 소설류는 과학소설을 많이 읽는다 하면 그게 뭔지 물어보기도 하고 아주 간혹 책을 추천해달라는 불편한 부탁을 하기 때문에 그건 보통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동안 내 취미가 정말 책읽기가 맞는지 고민했다. 쓰는 시간으로 치면 책읽기는 그렇게 많지가 않고 트위터하기, 인터넷 어슬렁거리기 등이 더 길텐데하고 말이다. 영화를 본다거나 애니메이션을 본다거나 하는 건 소비단위가 책과 아주 다르니 비교하기가 좀 애매하다. 게다가 정작 책도 잘 안읽는다. 일단 표지를 펼치면 쭉 읽어내려갈 수 있는데 그 표지를 펼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읽기 시작하는 거 자체가 늦다보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못읽고 반납하기 일쑤다. 그런 생각을 곰곰히 이어가다 책읽기보다 다른 취미의 규모가 더 크다는걸 깨달았다.

사실은 책 사기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두고 책등을 감상하는 그 고상한 취미가 바로 내 취미가 되다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내 취미가 됐나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빌려봤자 읽지도 못하고 반납할 거 언제든 읽을 수 있게 갖춰두기라도 하자는 마음이 이런 취미를 갖게 한 듯하다. 읽든 안읽든 사놓기나 하자는 것. 옛날부터 책 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그랬던게 지금은 소유욕까지 합쳐져서 월급이 허락하는 안에서 최대한 책을 사두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어쨌든 일단 이렇게 새 취미를 발견하고 나니까 취미란에 독서라고 써놓고는 사실대로 썼는데도 남들의 반응이 신경쓰이는 일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이게 뭐냐고 웃게 하니 좋은 일 아니겠나. 이제 책구입이란 세 단어로 한층 편안한 삶을 살게 됐으니 참으로 다행이지 싶다. 비록 통장은 말라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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