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엔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막부의 성, 니조성이 있다. 다행히 그곳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서 걷는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 그렇다. 이미 걷는 건 고통이 돼있었다. 그래도 버스정류장까지 또 꽤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교토 버스정류장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는데 교토역에서 숙소까지 타는 버스는 방향이 써있는 안내판을 보고 사람들 따라 선 것이었기에 그렇다. 왼쪽처럼 버스가 이 정류장으로부터 몇번째 정류장 앞에 와있는지 보여주는 기기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 녹색의 버스 버튼이 찰칵 하며 한걸음씩 다가온다. 버스의 현재 위치를 토대로 실시간으로 추적해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교토 버스는 시간표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모르지 속에 GPS 수신기가 숨어 있을지도. 아마 저기서 12번을 타고 니조성으로 갔었을 것이다. 내린 정류장 이름은 니죠죠마에二条城前.
니조성에 들어가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왠 비람. 그래도 화려하게 치장된 문들을 보니 천황이 살던 곳과는 다른 권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편의 고쇼의 문들과 비교해보라. 때깔부터 다르다. 역시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모일지니. 성에 들어서고 거의 바로 니노마루이기 때문에 비는 그렇게 맞지 않았다.
니노마루는 상당히 큰 건물인데 내부 촬영이 금지돼있다. 안에 들어가면 정말 권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쇼군이 교토에 왔을 때 이곳에서 다이묘들을 대면하고, 정무를 보고, 숙식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크, 그 권력 여기저기 보여주고 싶은데 크. 문에 온갖 회화들이 그려져있고 기둥 위엔 금장이 돼있고…. 정말 고쇼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니조성을 먼저 보고 고쇼를 갔었다면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카노 탄유라는 화가를 알게 됐는데 그가 25세 때 그린 그림부터해서 카노파(派)의 그림들을 니노마루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니노마루 안 각 방들의 설명을 보면 다이묘들을 출신 성분으로 나눠서 쇼군을 만나는 방을 나눠놨는데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부터 이렇게 성분을 나누니 나중에 보신전쟁으로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에잉 힘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니노마루를 나와서는 혼마루로 옮겨갔다. 혼마루에 있던 천수각은 18세기에 불타 없어지고 지금 있는 건물들은 19세기에 교토교엔에 있던 황족 카츠라노미야 가문의 저택을 옮겨 온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들어가보지 못하는 건물이라 겉에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며 개장시간이 끝났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그때 무슨 노래가 나오긴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올드랭사인이었던 것 같다 아마. 뜬금없이 올드랭사인이라 재미있었다. 이젠 출구가 된 입구로 나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서 씻고 다시 저녁 먹으러 나와야지. 어서 먹고 싶었다. 그럴 것이 저녁은 라멘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