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이 날은 숙소에서 아라시야마嵐山에 들렀다가 오사카로 이동하는 날이다. 숙소 뒷뜰은 작고 예쁜 곳인데 밤새 비가 조금 내려서인지 살짝 젖어있었다. 이날은 하늘에 구름이 끼어있고 간혹 물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였다. 계속 우산을 들고 다녀야 했던 날. 아침에 체크아웃을 먼저 했지만 짐을 들고 갈 순 없으니 오후까지 숙소에 맡기기로 했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의 서쪽에 있는데 숙소에서 그곳까지 가기엔 좀.. 멀었다. 그래도 숙소가 교토 중심부에선 서쪽에 있어서 직선거리는 가까웠는데 아라시야마까지 가는 버스가 많이 돌더라. 버스 기다리는데 저런 기린이 보이더라. 거의 바닥에 있던데 왜 그런 곳에 이런 귀여운 타일을 붙여놨는지. 아라시야마까지 버스 타고 가는 길은 전형적인 도시 근교를 생각하면 될거다. 적당한 집 적당한 공장 적당한 가게들.
버스에서 내려서 일단 아라시야마역을 가보기로 했다. 음식점도 골라놨는데 아직 오픈시간이 안돼서 간단히 역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아라시야마에 들어오는 전철은 란덴嵐電인데[footnote]아라시야마嵐山에 가는 전철이라 란덴嵐電이다.[/footnote] 색깔이 참 예쁘다. 한큐전철도 그렇고 이런 색깔의 열차가 예뻐 보인다. 걸어오느라 지쳐서 그 사이 말차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어머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사진은 하나만 찍었지만 이거 먹고 또 사먹고 아라시야마를 떠나기 전에도 하나 더 사먹었다. 아무래도 이쪽 지방이 말차로 유명하지만 이 나라 자체가 말차를 굉장히 좋아하는듯 싶다. 다른 사람들도 이거 먹어봐야 할텐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역내의 기념품점을 돌아다니다 바르는 향수도 좀 샀다. 그러던 사이에 밥 먹을 시간이 되었다.
食べログ
적당히 보여서 들어간 음식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라시야마쪽은 두부가 유명하다고 들었던 거 같아 두부정식을 시켰다. 지금에 와선 메뉴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아 진작에 썼어야 했어. 어찌됐든 그렇게 해서 나온 두부정식. 두부가, 맛있더라. 배고파서 그랬나? 아니 그보다 두부가 참 맛있었다. 일본은 숟가락을 안쓰니 두부를 어떻게 먹나 했더니 조그만 뜰채로 두부를 조금 떠내서 장에 넣었다가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거랬다. 우리나라 두부랑은 조금 맛이 다른 듯했는데 지금에 와선 기억이 나질 않고 ㅜㅜ 같이 나온 츠케모노들이 맛이 좋았던건 기억난다. 이전까진 일본 츠케모노는 좀 입에 안맞지 않나 싶었는데 이 식당에서 먹고 나서는 이후부터 좋아졌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츠케모노는 아주 맛있어 하지는 않더라.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이제 밥을 배불리 먹었으니 아라시야마의 유명한 치쿠린을 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