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사소한 버릇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것들이 있고, 또 있을 것인데, 그 중에서도 요즘들어 새삼 발견한 것이 있다. 이 버릇의 이름은 ‘러시안 워드’이다. 또는 ‘리멤버 예스 러시안’이다. 뭐, 방금 붙인 이름들이다.
이 버릇은 컴퓨터나 핸드폰에서 무언가 키워드를 쳐서 테스트를 해볼 때 드러난다. 예를 들면, 내가 무언가 프로그램을 짰다고 해보자. 이러저러하다고 입력하면 결과에 이러저러하다고 나와야 하는 프로그램을 방금 만든 것이다. 이제 이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해봐야 할텐데 그때 치는 것이 바로 ‘러시아’다. 마치 ‘Hello, World!’ 같은 것이다.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을 때 나오는 상용구의 역할을 이 ‘러시아’가 담당하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이 버릇의 탄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버릇을 갖게 됐는지는 대개의 버릇들처럼 알 수가 없다. 왜 이런 버릇이 생겼는지는 더욱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어머니 러시아라는 말 때문일까? 밝혀낼 수 없을 것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자꾸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는 건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는 중에 이 버릇을 더욱 의식하기 시작했으니 이젠 다른게 아닌 ‘러시아’만을 입력할 것이다. 북쪽의 러시아는 역사가 있지만 내 러시아는 그런게 없으니, 알아낼 수 없는 비밀을 찾아 점점 넓어지는 숲을 헤매는 꼴이다.
그나저나 버릇이란 말은 존재에 대한 말들 — 버릇이 있다, 버릇이 들다, 버릇을 떼다 — 은 있어도 버릇의 행동에 대한 말을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 자체가 어떤 행동을 가르키기에 그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