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기독교인이었다. 기복신앙을 쫓는 자들과 구별하기 위해 크리스천이란 이름으로 도망갔다. 그 다음엔 번영주의에 물든 자들과 구별한다고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으로 도망갔다. 그렇게 이름을 지키지 않은채 헛된 순수함만을 찾아 분열하는 동안 힘을 잃고 순수함도 잃었다.
작년 5월 즈음에 적어둔 글이다. ‘구별됨’을 잘못 사용할 때 어떻게 되는지 고민하다 떠오른 것으로 기억한다. 이 나라 기독교가 혐오를 내재한 요즈음, 스스로를 기독자라 부르기가 참담했다. 신의 이름으로 남을 죽이고 싶은 자들과 같은 이름표를 달아야 하다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이니. 하지만 이젠 그 혐오가 싫다고 도망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도망쳐서 무엇이 남을까? 위의 생각처럼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혐오자들만 남아 모든 기독교를 더럽힐 것이다. 그들은 신의 말씀을 입맛에 맛게 이용하며, 자신들이 판단의 주권을 가진듯이 말한다. 그렇게 놔둬서는 안된다. 이 종교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옛날에 행했던 너무나 큰 잘못들을 바로잡고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여호와와 예수의 말을 전하는 것이 기독교의 핵심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심지어는 지금도 모든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예전의 잘못들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복음이 다시는 살해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