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쿄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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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에는 주방용품을 파는 거리, 갓파바시가 있다. 처음부터 이곳에 가기 위해 근처의 숙소를 잡은 것인데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 걸어서 1분도 안걸리는 거리였을 줄은 몰랐지. 중간에 시간과 동선이 애매해져서 잠시 숙소 들려서 짐도 놓을 겸 들러보기로 한 것이었는데 왠걸 쇼핑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친구가 쿠키 틀하고 기타 여러가지를 사는 중에 난 필러랑 팬케이크 틀들을 좀 구매했다. 2015년 인기 필러 1위라고 해서 샀는데 돌아오는 날 깜빡하고 수하물에서 넣지 않은 바람에 나리타 공항에 버리고 왔다. 하아 정말이지.

장을 보고 오는 중에 벌써 해가 져버렸다. 체력이 없는 우리들은 벌써 지치기도 해서 다른 모든게 귀찮아지기도 했지만, 대충 짐 정리를 하고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 이렇게 시간이 빌 때 스카이트리를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쪽 방향으로 움직였다. 가는 길에 아사쿠사가 있어서 먼저 들리게 됐다. 밤의 나카미세도리는 역시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여기에 와있다는 거 자체가 엄청 신기했다. 뭐 파는지 구경하고 다른 여행객들도 구경하고. 밖에 나갈 때마다 깨닫지만 한국인은 정말 한국인처럼 생겼다. 한눈에 봐도 구별할 수 있을 정도.


浅草メンチ
http://www.asam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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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김에 아사쿠사 멘치까스를 먹는다. 내가 이걸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한 개 200엔의 싼 — 일본 돈은 숫자만 보면 왠지 싼 기분이 든다 — 가격으로 이렇게 맛있는 멘치까스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원래 키치조지나 멀리 고베 같은 곳에서 먹고 싶었지만 이건 이거대로 훌륭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머지 아사쿠사 구경은 다음 날 해가 떠있을 때 하기로 하고 스카이트리를 향해 나아갔다. 난 저렇게 건물들 위로, 사이로 전철이 지나가는 모습이 좋다.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싫으시겠지만 3인칭 관찰자인 내겐 매력적이다.

스미다강을 건너는 아즈마바시에 도착했다. 아즈마바시의 이쪽 서편에선 모두 저 스카이트리와 아사히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멀리 스카이트리가 보이는데 숙소에서 출발했을 때랑 크기가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가 않다. 얼마나 멀리 있는거지? 그리고 그 앞으로 전통있는 랜드마크인 아사히의 💩 건물이 보인다. 저걸 설계한 사람도 그렇고 그 안을 승인한 사람들도 그렇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더 좋은 카메라가 갖고 싶어진다.

다리를 건너며 보는 스미다강이 참 예쁘다.

걷고 또 걷고 왜 버스를 안탔을까 돈 아끼는 것보다 몸을 편히 다니는게 나았겠다라고 생각하는 중에 드디어 스카이트리에 도착했다. 음, 사실 아니다. 오른쪽 사진은 스카이트리에 도착하기 20분 전에 찍은 사진이다. 바로 지척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얼마나 큰거야. 이후에 도착하고 나서는 스카이트리를 찍은 사진이 없다. 너무 크고 높아서 내 조그만 카메라게 담기지가 않더라.
역시 큰 카메라가 필요해!

스카이트리에서 뭘 했냐하면, 그냥 구경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조그만 루피시아 샵이 있던데 스카이트리 한정 차를 팔고 있길래, 하하 당연히 샀다. 지브리샵도 가봤다. 와 예쁘다 귀엽다만 얘기하고 비싸서 나왔다. 지브리를 그리 좋아하는게 아니기도 하고.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힘들었는데 스카이트리 밑의 상점가도 넓은데다가 동선을 잘못 잡아서 더욱 지치고 말았다. 지브리샵은 동쪽 끝에 있는데 우리가 가기로 했던 무민카페는 서쪽 끝에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쉬려고 스타벅스에 허겁지겁 들어가기도 했다. 지도를 이리저리 보고나서야 겨우 찾은 무민카페에 가봤는데 허기가 진 것도 아니어서 상품들만 구경하고 나왔다. 가게 자체에 실망한 것도 있고.
그리고 아사쿠사까지 다시 돌아가는 건 그냥 전철을 탔다. 우리 둘 다 도저히 걸을 자신이 없었다. 오는 길에 친구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나 자신이 힘든 것은 괜찮지만 내 결정 때문에 친구까지 힘들게 한 것이 정말 미안했다.



つけ麺家 利平
食べログ

아사쿠사로 돌아올 땐 이미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지 않았었기에 역시 배가 출출해지긴 했고, 이대로 숙소로 가게 되면 더욱 배가 고플거 같아서 근처의 츠케멘 가게에 들어갔다. 타베로그 점수는 그렇게 높지 않았는데 이 시간 이 근처에 마땅히 다른 가게가 있는 게 아니라서 여길 골랐다. 가게 이름은 리헤이利平. 늦은 시간이라 가게엔 혼자 온 몇몇 사람뿐이었고 다들 조용히 자신의 면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우린 적당히 보통 크기의 면을 골라 주문했는데 나온 거는 양이 꽤 많았다. 주방 앞 자리에 앉아 먹느라 다른 사람들이 시킨 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다들 양이 많은 오오모리를 먹더라. 일본 사람들은 양이 적다고 누가 그랬나.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곳의 츠케멘 자체는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본의 면요리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인데 처음 먹어본 츠케멘이 이렇게 별로다보니 앞으로 다시 먹을 일이 있을까 싶다.

이미 거리엔 사람이 없고 몸은 지쳐서 숙소로 돌아가는데, 배만 채우고 맛은 채우지 못한 안타까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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