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이와이 슌지 감독은 여전히 빛을 잘 다룬다. 너무 빛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 분명 씁쓸해야 할 장면, 화가 날 장면인데도 화면이 예뻐 평온하게 지켜볼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분명 이 영화는 그걸 노린 작품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고통 속에 빠지고 관계가 무너지는 장면임에도 이렇게 찍어낼 수 있구나. 극 중 인물이 무너지면 감정도 같이 무너지는 내가 이렇게 관조하며 볼 수 있구나 싶었다.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소셜 미디어의 가벼움 같은 주제가 이 영화를 본 이들의 입에서 많이 나왔더라. 책을 읽은 이들의 얘길 들어보면 그것 역시 감독이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끝까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삶의 기본이 웹 커뮤니티-소셜 미디어라서 그럴까? 감독과 나의 세대차이일지 모르겠다. 오히려 후반에 언급되는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 — 아니다. 본지 꽤 돼서 잘 기억이 안난다. 고마움을 돈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나? 그 얘기를 더 인상 깊게 보았다.
이와이 슌지의 어두운 영화들을 싫어하는 이들이 이걸 본다면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치만 두 배우가 웨딩 드레스를 입는 장면만은 꼭 봤으면 좋겠다. 예쁜 사람들이 예쁜 옷을 입는 모습을 예쁘게 그려내는 장면은 훌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