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캐스팅이 대단한 것도 그렇고 처음 트레일러를 봤을 때부터 이건 봐야지 싶었는데 다행히 예매를 잘 해서 ㅎㅎ
하나의 살인 사건에 뒤흔들리는 세 이야기가 각각 별개로 진행된다. 아야노 고가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그와 츠마부키 사토시가 서로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둘 다 좋아하는 배우인데 둘을 엮으면 어쩌자는 거야 날 죽일 셈인가. 또 다른 이야기에선 와타나베 켄의 평범한 아저씨 연기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적응하기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요새 미국 영화에서 더 잘 보게 되다 보니….
이렇게 두 이야기는, 그래 참 괜찮았다. 하지만 남은 한 이야기는 꼭 그렇게 그려야 했을까? 원작이 되는 소설도 이렇게 그리나 궁금해지고 — 그러나 굳이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고 — 또 남성의 이야기를 위해 여성 캐릭터가 희생되는구나 싶었다. 정말 내 안의 평점이 깎이는 건 다 이것 때문이다. 그 점 이외에는 참 괜찮았는데. 배우들도 정말 좋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참 좋았는데.
영화가 끝난 후 GV 시간이 있었다.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상일 감독과 와타나베 켄이 왔는데, 원작 작가가 소설이 출판되기 전에 감독에게 먼저 보내줬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작가 스스로가 영화화는 이상일 감독에게 맡겨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니. 첫 영화가 썩 맘에 들었기 때문에 — 아 그것만 빼고 — 그가 만든 다른 영화들을 한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