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극장에서 본 영화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 되었다. 베스트앨범과 같은 영화라 했는데 그 말 그대로의 영화다.
감독의 작품을 보러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빛을 잘 쓴 그림을 보기 위함인데 이번 작품도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신카이 감독이 잘 그리는 맑은 하늘 아래의 도쿄, 눈이 오는 신주쿠를 보면 절로 기분이 맑아진다. — 가고 싶다 신주쿠! — 그의 장기는 역시 도시에서 빛난다. 그래서인지 도쿄가 아닌 기후현의 풍광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야기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베스트앨범 그 자체다. 모두가 익숙할 그런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장면, 음악, 캐릭터마저 모두가 한번에 알 수 있도록 공들여서 만들어져있다. 다르게 보면 진부하다 말할 수 있는데 다수가 편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흥행의 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편히 신카이의 미술을 볼 수 있던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다만 그러다보니 고민없이 하던대로 한 걸로 보이는 몇 부분이 작품의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런 점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얘기한 인간관찰의 부재나 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클리셰만으로 이렇게 흥행을 해버리니 여러가지가 안타깝단 생각이 든다. 그 안엔 시대에 필요하지 않은 점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정말 많이 아쉽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훨씬 예전에 나왔어도 이런 점에선 조금은 앞서있다.
그리고 의도적인 속옷 노출이나 성별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카메라 시선 등은 내가 왜 일본 애니메이션을 멀리하게 됐는지를 떠올리게 해줬다. 음, 그건 정말 싫더라.
덧붙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말처럼 이제 일본은 여고생 이야기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