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 나츠키의 영화다. 올해 부천에서 본 첫 영화다. 키치죠지의 이노가시라 공원 1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영화라 공원이 계속 나온다. 이야기의 시작도 이야기의 끝도 결국엔 공원에 대한 이야기. 오죽하면 제목이 파크일까.
이노가시라 공원 근처에 사는 대학생 주인공은 한 여자를 만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전 여친의 연인 시절 이야기를 알고 싶어 전여친이 살던 곳을 찾아왔다는데 그 전여친이란 사람이 살던 곳이 주인공이 지금 사는 집이었던 것. 여차저차 그 커플이 50년 전 만든 노래가 담긴 테이프를 발견하지만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일부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곡을 완성해 공원의 뮤직 페스티벌에 나가는 것으로 이어진다.
보다시피 음악 영화이자 청춘 영화인데 영화는 그 정석을 잘 따라간다. 옆 길로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게 참 좋다. 신나는 부분, 방황하는 부분, 그리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지점에까지 깔끔하게 이어져있는데다가 영상 또한 보기 좋아 보고 나면 깨끗한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나쁜 일도 없는 이야기였어서 그럴지도 모르겠고, 무대가 되는 공원이 예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일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부천이 워낙 일본 영화제라 불릴만한 행사이다보니 이번에도 첫 영화가 일본 영화였다. 그 처음이 나쁘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던 것이라 기분이 좋다. 영화제 끝까지 이 기분 좋음이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안에 개봉할 예정이라는데 — 큰 기대는 안한다 — 나오면 한번쯤 더 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