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2017
스필버그는 영화의 신이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은 영화의 화신이다. 뛰어난 사람들이 중요한 때에 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 언제 봐도 멋지다. 그리고 언론이 평소 제 일을 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 하나 때문에라도 그 존재의의는 충분히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시윅 캐리 머니언, 조너선 밀럿, 2017
현대 미국적 맥락 안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보이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영화. 바티스타의 연기가 있어 다행스러웠다. 가장 재밌던 장면은 역시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이 싸우는 장면 아닐까?
동경의 황혼 오즈 야스지로, 1957
1월에 한 특별전의 팜플렛에는 있으면서 일정에 없어서 의아했는데 이번에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오즈의 작품들 중 가장 어두우면서도 가장 현실에 맞닿아 있는 작품이었다. 세대의 연속을 지나 시대들과 세대들의 충돌을 그리는 작품. 그래서 마치 오즈의 것이 아닌듯한 이야기를 오즈가 이야기하는 모습인데, 이로 인해 강한 힘을 가진 드라마가 나왔다.
해안가로의 여행 구로사와 기요시, 2015
시네마스코프! 내가 기요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시네마스코프인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화면, 그의 카메라, 그의 이야기가 너무 좋은건 사실이다. 죽은 이와 남은 이에 대한, 혹은 남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결들이 (일본적 이야기가 익숙해서인지)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가운데 하나만 빼고. 그건 익숙해지지 않는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스티븐 S. 드나이트, 2018
장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통 후속작이라는 얘기가 맞는 말이었다. 스토리도 좀 망가지고 설정이 묘하게 달라진 곳들이 많지만 그러면 어떤가, 우리가 늘 보던 바로 그 아니메들인걸. 클리셰와 오마주 덩어리만으로 전개되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데도 끝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는 점이 좋았다. 더불어 미국 배우에게 영어 말고 중국어 쓰라는 장면에서 감탄했다. 드디어 이런걸 볼 수 있게 되다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2017
세상에나, 너무 좋다. 이야기적으로 뭐야 이거 싶은 모먼트가 없던 건 영화가 끝난 후 만족감에 허덕였다. 중간에 과하게 빈티지스럽게 연출한 부분을 빼면 영상도 좋았고 엘리오의 감정이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라 키득거리며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두 주연 모두 너무 내 취향의 외모라…. 보는 내내 눈이 호강했다. 어디서 듣기로는 이 영화를 넷플릭스가 배급하고 싶어했지만 제작측에서 극장 개봉을 원해서 불발됐다던데 그랬으면 정말로 큰일날 뻔 했다. 이런건 극장에서 봐야 충분히 만족스럽고 기분 좋게 상영관을 나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