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에 본 영화들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2017
스필버그는 영화의 신이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은 영화의 화신이다. 뛰어난 사람들이 중요한 때에 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 언제 봐도 멋지다. 그리고 언론이 평소 제 일을 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 하나 때문에라도 그 존재의의는 충분히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시윅 캐리 머니언, 조너선 밀럿, 2017
현대 미국적 맥락 안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보이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영화. 바티스타의 연기가 있어 다행스러웠다. 가장 재밌던 장면은 역시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이 싸우는 장면 아닐까?

동경의 황혼 오즈 야스지로, 1957
1월에 한 특별전의 팜플렛에는 있으면서 일정에 없어서 의아했는데 이번에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오즈의 작품들 중 가장 어두우면서도 가장 현실에 맞닿아 있는 작품이었다. 세대의 연속을 지나 시대들과 세대들의 충돌을 그리는 작품. 그래서 마치 오즈의 것이 아닌듯한 이야기를 오즈가 이야기하는 모습인데, 이로 인해 강한 힘을 가진 드라마가 나왔다.

해안가로의 여행 구로사와 기요시, 2015
시네마스코프! 내가 기요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시네마스코프인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화면, 그의 카메라, 그의 이야기가 너무 좋은건 사실이다. 죽은 이와 남은 이에 대한, 혹은 남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결들이 (일본적 이야기가 익숙해서인지)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가운데 하나만 빼고. 그건 익숙해지지 않는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스티븐 S. 드나이트, 2018
장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통 후속작이라는 얘기가 맞는 말이었다. 스토리도 좀 망가지고 설정이 묘하게 달라진 곳들이 많지만 그러면 어떤가, 우리가 늘 보던 바로 그 아니메들인걸. 클리셰와 오마주 덩어리만으로 전개되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데도 끝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는 점이 좋았다. 더불어 미국 배우에게 영어 말고 중국어 쓰라는 장면에서 감탄했다. 드디어 이런걸 볼 수 있게 되다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2017
세상에나, 너무 좋다. 이야기적으로 뭐야 이거 싶은 모먼트가 없던 건 영화가 끝난 후 만족감에 허덕였다. 중간에 과하게 빈티지스럽게 연출한 부분을 빼면 영상도 좋았고 엘리오의 감정이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라 키득거리며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두 주연 모두 너무 내 취향의 외모라…. 보는 내내 눈이 호강했다. 어디서 듣기로는 이 영화를 넷플릭스가 배급하고 싶어했지만 제작측에서 극장 개봉을 원해서 불발됐다던데 그랬으면 정말로 큰일날 뻔 했다. 이런건 극장에서 봐야 충분히 만족스럽고 기분 좋게 상영관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이패드에서 사진을 정리한다.

1년 전 즈음에 사진을 어떻게 정리하는지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 사이에 아이패드 프로를 구입하면서, 사진 작업에서 아이패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찾아보고 여러 고민을 했다. 그렇긴해도 새로운 서비스들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라이트룸을 쓰고 원드라이브와 구글 포토에 백업한다는 기본 뼈대는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그 서비스들 사이를 어떻게 이어서 워크플로우를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워크플로우의 흐름과 설명을 더해야 할 부분만 이야기한다.

아이패드로 사진을 모으기

정리를 하는데 있어 최대한 — 아니, 절대 데스크탑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먼저 사진들을 이 워크플로우의 중심이 될 아이패드로 모을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에어드랍을 이용해 옮길 수도 있지만, 직접 라이트룸 CC에 올려 동기화시키는 편이다.

라이트룸의 앨범들은 오른쪽과 같이 나눠놓은 상태다. 아이폰에서 곧바로 라이트룸에 올리는 방법을 선호하게 되는건 에어드랍으로 옮겨온 사진을 아이패드에서 다시 라이트룸에 추가하는 것보단 이 편이 단계가 적기 때문에 그렇다.

카메라로 찍은 것은

라이트닝-SD카드 카메라 리더를 이용해 아이패드로 옮기고 이를 라이트룸에 추가시킨다. 간단하다.

라이트룸 CC의 시간

이제 라이트룸에 사진들이 모였으니 잘 만져줘야 한다. 라이트룸 CC가 아직 PC판 — 어도비의 네이밍식으로 말하면 라이트룸 클래식 — 에 비해 많이 모자라지만, 그런 모자란 점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커스텀 프리셋을 지원하지 않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사진 설정을 복사해서 이용하는 우회법이 있어서 이를 이용해 프리셋을 사용할 수 있다. 위의 스크린샷은 이 방법을 이용해 프리셋들을 모아놓은 앨범을 찍은 것이다.

프리셋 이외에도 여러 사진을 다루기에는 부족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정도면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생각이다.

사진 내보내기

사진 보정까지는 금방 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 상당히 많이 헤맸다. 지금까지 정리해온 세팅 그대로 이어가려다보니 깔끔하게 작동하는 방법을 찾질 못했다. 현재 시점에서 정한 방법들은 맘에 쏙 드는 길이 아니라서 (아마) 앞으로 바꿀지 모르는 방법도 함께 적는다.

원드라이브

작년의 글에선 워크플로우의 처음에 Photosync 앱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마지막에 사용된다. 보정이 끝난 사진들을 라이트룸 내에서 ‘내보내기’를 통해 Photosync를 불러낸다. 설정값은 그대로 놔둔채 원드라이브로 보내는 구성을 사용한다. 즉, Camera Roll 폴더로 보내는데 이후 사진들을 개별 날짜의 폴더에 옮기는 것은 수동으로 확인해가며 하기 위함이다.

구글 포토

여기가 가장 골칫거리였다. 이상적이고 편리한 방법은 원드라이브와 마찬가지로 Photosync 앱에서 내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Photosync 앱에서 구글 포토로 내보내는 구성에선 파일명을 바꿀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원드라이브처럼 촬영날짜로 파일명이 바뀌어 업로드되는 게 아니라 기존의 파일명 그대로, 예를 들면 IMG_2333.jpg과 같이 업로드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깔끔하지 못하다 느껴졌다. 지금까지 해온 것과도 다르고.

그래서 현재는 좀 돌아가는 길 두가지를 택했는데,

  1. 하나는 원드라이브에 올린 사진들을 아이패드에 다시 다운로드하고 이를 구글 포토 앱을 통해 백업하는 것이다.
  2. 다른 하나는 원드라이브에서 개별 날짜의 폴더에까지 정리를 마친 상태로 놔두다가 데스크탑 컴퓨터를 켜서 자동 업로더를 통해 백업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공유를 빨리 해야할 때에는 앞의 것을 이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엔 뒤의 것을 이용한다. 이는 구글 포토를 순전히 공유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기에 작업의 우선 순위에서 낮기 때문이다.

사진말고 다른 것들

동영상이나 GIF 움짤처럼 정지사진 파일이 아닌 것들은 어떻게 할까? 아마 위의 방법대로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GIF도 잘 만들지 않고 동영상은 그것보다 더욱 안찍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Photosync 앱으로 백업하고 컴퓨터에서 옮기는 수준으로만 정리하고 있다. 모바일만을 이용하는 방법은 두 형식의 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질 때에 생각할 것이다.

(2018.03)

2018년 2월에 본 영화들

사샤의 북극 대모험 레미 샤예, 2015
올해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또 보게 될 줄이야. 작화가 참 따뜻한 작품이다. 내용이 불안해져도 그림 때문에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지더라.

토파즈 알프레드 히치콕, 1969
첫 히치콕이다. 그렇지만 익히 들어온 히치콕과 다르게 많이 어정쩡한 모습을 보았다. 초반에 시선을 사로잡더니 갈수록 흔들리는 영화.

블랙 팬서 라이언 쿠글러, 2018
오랜만에 보게 된 마블 영화이다. 앞으로 마블 영화는 안보기로 했었는데, 워낙 평이 좋아서 보았고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였다. 아시아인조차 이런데 흑인들은 어떨런지. 채드윅 보즈먼도 B. 조던도 레티샤 라이트도 보는 내내 멋졌다. 블랙 팬서 단독 영화가 꾸준히 나와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