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에 본 영화들

투모로우랜드 브래드 버드, 2015
그런 영화가 있지 않나. 어떨지 충분히 예상되고, 사람들의 평을 보면 나도 저런 평을 내릴 거 같은 영화지만 그래도 봐보고 싶은 영화. 투모로우랜드가 그랬다. 비록 평균이나 그 조금 이하에 그치는 영화였지만 적당한 궁금증 유발, 적당한 모험담, 적당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 2017
좋은 영화들을 계속 보게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버릴 곳이 없는 부분들, 보기 좋게 이어지는 화면과 이야기의 흐름을 보며 이게 그레타 거윅의 첫 작품이 맞나 싶었다. 감독의 새크라멘토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마치 패터슨처럼 여기도 또다른 영화-고향이 되는 거 같기도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티븐 스필버그, 2018
이 영화가 내용이 뻔하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눈으로 가슴으로 보는 영화다. 드로리안이 나오고 메카고지라가 — 오리지널 고지라 테마와 함께! — 나오고 레트로게임에 헌사를 바치는데, 그리고 스필버그다운 메시지도 나오는데.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감사합니다 스필버그.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몰리 수리아, 2017
지난해 부산에서 놓쳤던 영화였다. 그래서 상영한다기에 얼른 예매하고 두근거리며 입장했는데, 이럴수가. 이건 너무 재미가 없잖아. 좋아질 수 있는 지점들에서 놓친게 너무 많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있는 좋은 부분들 가지고는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영화 전체를 되돌릴 수가 없었다. 아쉽다.

1Password 7 윈도우판 베타 버전을 쓴다.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인 1Password를 거의 3년 전쯤부터 사용해오고 있다. PC와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용하니 윈도우판과 iOS판 두개를 구매했었다. 음, 지금 iOS 앱 자체는 무료인 듯한데 그때도 지금과 같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윈도우판을 사용하는게 썩 좋은 경험은 못되었는데, 이전부터 다른 운영체제들에 비해 지원이 늦었던데다가 구독 방식이 도입되면서 그쪽에 지원이 우선시되어, 윈도우판 구매사용자는 버전 4에 머물러있는 프로그램을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1Password 7이 나오면 구매사용자들을 위해서도 많은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간에 기다리다 지쳐서 구독 방식으로 넘어갈까, 맥을 구매할까(이건 좀 많이 나간 경우) 하며 별 생각을 다 했는데 지난달에 드디어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베타판이 공개됐다.

새 버전은 기존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해졌다. 이 부분이 새 버전을 기대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그도 그럴것이 윈도우에서 쓰고 있던 버전은 2014년에 처음 나온 버전이다. 7 베타를 쓰다가 기존 버전을 다시 켜보니 오우 이걸 어떻게 써왔나 싶다.

전에 쓰던 대로 사이트에 들어가 자동입력을 사용하니 새로운 창이 뜬다. 1Password Mini라 이름 붙은 이 창은 이전까지 자동입력 Ctrl + \을 누르면 뜨던 컨텍스트 메뉴를 대체하는 새로운 메뉴다. 자동입력이 아니더라도 Ctrl + Alt + \를 통해 불러올 수 있다. 처음엔 거추장스러웠는데 사용하다보니 Mini라는 새로운 창이 추가된 것이라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Alt와 숫자키를 이용해 왼쪽 메뉴들도 쉽게 오갈 수 있어 검색와 브라우징에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새 버전에는 자동 입력이 되는 위치를 특정 앱으로 해놓을 수가 없는 점이 아쉽다. 꼭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카카오톡 등을 사용할 때 1Password를 통해 키보드만으로 간편히 입력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오른버튼 사용을 위해 마우스를 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스텝이 늘어나 번거로와진 것은 사실이다. (추후 업데이트로 바뀔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인 가격이다. 4에서 7로 올라오는지라 무료는 아니고 64.99 달러에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 구매가 가능하지는 않다). 베타 버전을 쓰고 있다보면 프로그램 상에서 39.99 달러에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라고 한다.

《파란 앵무새》

스캇 맥나이트의 책이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기독교 서적이다. 성경을 읽어내기에 대한 책이지만 굳이 나눈다면 전반부가 그러하고, 후반부는 장 제목 그대로 ‘여성의 교회 사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우리가 성경을 읽으며 숨쉬듯이 하는 취사선택에 대해 환기시킨다. 어떤 것은 수용하지만 다른 것은 수용하지 않는 행태. 저자는 거기에 ‘맥락이 모든 것이다’를, 거의 모두가 들어봤을 말을 다시 강조한다. 성령의 영감으로 된 텍스트이기 때문에 우리는 텍스트 자체보다 텍스트를 저작한 하나님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사보가 당대엔 세상과 구별하기 위해 필요했지만 현대에는 오히려 복음을 나타내는 데 맞지 않는 것 아닐까 하고 저자와 친구가 이야기하는 장면을 통해, 우리가 당대에 복음을 위해 적용하고자 쓴 문장을 변하지 않는 경전으로 삼아 현재도 지켜나가는 것은 반대로 복음을 전하는 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자 한 것은 후반부 부분을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사실 책 전부가 이 내용인 줄 알았다. 후반부에선 여성 사역의 근거와 전례들이 성경 안에서도 다양하게 나온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브리스길라와 뵈뵈와 유니아를, 거론하지 않거나 가볍게 넘어가고 나아가 아예 지워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당장 신의 계획을 듣고 주님을 잉태한 것은 누구였는지 부활의 첫 증인이 누구였는지 교회의 훌륭한 지도자들 중에 누가 있었는지 생각해볼 때, 교회가 사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건 창세기 3장의 타락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교회의 — 사실상 남성들의 죄라는 저자의 해설이 강하게 다가왔다.

덤으로, 뵈뵈는 이제 번역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가톨릭은 포이베라 쓰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