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쿄 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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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은 말로만 듣던 곳들을 방문하게 되는 즐거움의 연속이다. 그래, 여기도 말로만 듣던 곳, 지유가오카이다. 확실히 강남에 있다가 상수역 온 것 마냥 분위기가 다르다. 역에서 나온 후 좀 더 분위기를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우린 배가 많이 고파서 일단 찾아뒀던 가게에 들어갔고 오무라이스와 폭신폭신 달걀 도리아를 주문했다. 메뉴 이름이다. 폭신폭신 달걀 도리아.

오무라이스는 친구가 시킨 것이다. 탱탱하다보니 귀엽게 흔들리기까지 한다.

난 폭신폭신 달걀 도리아를 주문했다. 맛은 어땠을까? 오무라이스는 오무라이스하면 떠오르는 그런 맛이라고 하고, 도리아는 도리아 하면 떠오르는 그 맛이다. 부족하지도 훌륭하지도 않은 생각대로의 그런 맛. 나중에 이 가게 후기를 보니 식사류는 평범하지만 홍차와 디저트류가 훌륭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래서 그랬구나. 어쩐지 맛이 기억에 남지도 않았더만. 가게 정보는 따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갔다오고 얼마 안있어 폐점해버려서….

지유가오카는 걷는 길 모두가 예쁘다. 곳곳에 가게들이 많아서 친구는 옷도 사고 우산도 사고, 딱히 살게 없는 나는 예쁜 옷들과 우산들 구경하고, 걷다보니 프랑프랑도 발견해서 한참을 구경하고 쇼핑하고 그랬다. 일본 여행은 언제 어디서 돈을 쓰게 될지 모르겠어서 무섭다. 이 글을 쓰며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는데 발견 못하고 지나쳐서 너무 다행인 곳들이 참 많다. 다음 여행에는 신용카드 잘 챙겨서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길을 좀 더 올라가서 루피시아에 왔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디저트 가게들을 지나쳤다. 배부른 우리는 더 먹을 수가 없다는게 많이 아쉬워서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어쨌든 루피시아. 친구 덕에 홍차의 매력을 알게 된 나는 여기서 많이 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크리스마스 한정 차들을 샀고, 다구들을 샀다. 스타터 세트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으로 한 세트 구매한 것이다. 여행 끝나고 지금까지 아주 잘 쓰고 있다. 지금 와서 후회하는 건 그때 호지차를 사오지 않은 것. 한국에 돌아와서 호지차가 정말 내 취향이란 걸 알게 됐으니 어쩔 수 없지만 많이 아쉽다.

점원과 이야기하면서 들어보니 일본 사람은 茶를 ‘차’라고만 발음하더라. 우린 왜 발음이 두개가 되었을까 괜히 궁금해지더라.

짠. 갑자기 왜 츠타야 서점일까? 지유가오카를 떠나 다이칸야마에 왔기 때문이다. 루피시아를 나오면서 슬슬 다리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여긴 둘 다 한번쯤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라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가고 싶었어! 그리고 이 날 다이칸야마를 안가면 따로 갈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그래서 오게 된 츠타야 다이칸야마점.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그 곳이다. 정말 전통적인 서점과는 많이 달라서 구조나 분위기는 정말 좋다. 구석구석 의자도 많아 책 읽기도 좋고. 이런 컨셉이라면 우리나라에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츠타야에서 느꼈던 생각이고 이후에 교보문고가 하는 걸 쭉 지켜보니 우리나라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다만 이 곳에 적잖이 실망한 점도 있는데 우리가 찾는 책이 단 한권도 없던 것이었다. 어쩜 이러니. 컨셉샵 같은 곳이니 전 분야의 책들을 모두 갖고 있지 않았을테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마땅히 서점은 찾는 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 실망이 좀 컸다.

점심을 늦게 먹는 바람에 저녁 시간이 지났는데도 배고프다- 할 정도로 허기가 지지 않은 우리는 츠타야 구석에 앉아서 이제 어딜 갈까 들어가기 전에 뭐 먹어야 하지는 않을까 그냥 들어가면 밤에 배고프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하다가 미스터 프렌들리에 가자 했고 갔다.

MR.FRIENDLY Cafe
http://www.mrfriendly.jp
食べログ

늦은 시간에 간 것이지만 다행히 라스트오더 이전에 도착했다. 가게엔 우리 밖에 없었고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고 마지막 주문이었다. 이제 와선 뭘 주문했는지도 모르겠다. 핫케이크 믹스세트는 확실한데 내가 시킨 음료는 유자소다이려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주문한게 나왔어도 문 닫을 때까지 시간이 꽤 남아서 천천히 오늘 산 것들 영수증 정리하며 앞으로 여행에서 쓸 돈이 얼마 남았는지 계산하며 (이거 필수) 체력을 충전했다.

가게는 미스터 프렌들리의 캐릭터들로 가득차 있었다. 저 표정 너무 좋지 않나? 참 사랑스럽다. 마구 사랑해주고 싶을 정도다.

이런 표정. 방금 소스를 찍어서 샴푸한 거 같은데 ‘유감입니다-’ 하는 듯한 이 표정이 정말 너무할 정도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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