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고지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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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얘기하고 넘어가자. 국제 영화제에서 스타리움관에서 영화를 튼다고 하면 ‘그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겠구나’하고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특히 이틀 전에 본 같은 스타리움관에서 〈루이 14세의 죽음〉을 봤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 고지라〉는 그러지 않았다. 최고의 상영관을 두고 최악의 상영환경을 보여주었다. 상상해보자. 스타리움관의 중앙을 기준으로 절반 정도만 쓰는 영화를.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어 자막을 위해 그 절반의 스크린에 또 레터박스를 넣는다. 거대한 스크린을 두고 뭘 하는 것일까. 더 쓰다간 다시 화날 것 같다. 영화 이야기나 하자.

안노의 고지라다. 고지라는 미국산만 본게 전부라서 종주국의 고지라는 이게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과 다른 고지라를 보기엔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 영화는 일본 정부가 주인공이다.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관료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 점이 지독할 정도로 집요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동일본대진재 때의 일본 정부를 알아야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정도다. 내내 펼쳐지는 회의와 화면을 가득 메우는 법조항들을 보면 어떤 이들은 이게 뭐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컨테이전〉 같은 재난대처물을 좋아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희대의 재난을 — 이 경우는 고지라라고 하는 괴수 — 이겨내려는 이들을 보는 ‘재미’는 시대가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니 빨리 한국에 제대로 극장 개봉해서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 싶다. 상영환경 최악이었는데도 영화를 신나고 재밌게 봐서 열 받는단 말이야. IPTV로 직행한다면 일본에 가서 보지 못한 것을 분명 크게 후회할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초대 고지라는 이번처럼 괴수화된 재난물이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까지 듣고나니 2년 전 미국에서 만들어진 고지라가 왜 호평이었는지 알 것 같다. 고지라는 그냥 괴수가 아니라 재해여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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