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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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2017
법정극을 좋아하므로, 그리고 고레에다를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새해 첫 영화로 이 작품을 골랐다. 그치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라쇼몬이고 그 위에서 심판의 정당성에 대해 — 제목이 세 번째 살인, 즉 사형인 만큼 —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만 라쇼몬인 채로 끝났다. 하고자 하는 말은 전달됐으나 그러기엔 접견실 창 위로 겹쳐지는 두 얼굴만이 남는다.

내가 어때섷ㅎㅎ 정가영, 2015
정가영 감독의 필모를 따라잡기 위해.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크리스티앙 데마르, 프랭크 에킨시, 2015
왓챠 플레이에 있길래 큰 기대는 하지 않으며 보았고, 정말 딱 그만큼의 영화를 보았다. 그래도 파리와 베를린을 잇는 케이블카만큼은 볼 만하다. 몇 분 안나오지만.

안녕하세요 오즈 야스지로, 1959
연초부터 오즈 특별전을 하는 서아트에 감사하다. 이건 신년+생일 선물이나 다름없다.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해주지만 한편으론 멀리 하게 만들기도 하는 말을 가지고 진행되는 이야기가 작품을 보는 내내 재미있고 웃음이 나게 만든다. 이 작품 전에 본 오즈의 작품은 〈동경 이야기〉 하나 뿐이었는데, 다들 그랬듯이 나 역시 오즈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케빈 디터스, 스티비 워머스, 2017
20분이 200분으로 느껴지는 마법같은 작품. 이건 TV로 봤어야지 결코 극장에서, 그것도 다른 작품의 앞에 상영하면 안되었다.

코코 리 언크리치, 2017
이야기 자체는 많이 본 이야기이고 전개도 많이 익숙한 것이지만 그런걸 잘하는 곳이 바로 픽사 아닐까. 멕시코의 가족주의로 디즈니의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 꿈과 가족을 대립항으로 두고 가족을 선택하게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극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서 그렇지 주인공의 계속된 외침이 변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가족 또한 버리지 않는 것이 디즈니적이지 않나.

태어나기는 했지만 오즈 야스지로, 1932
지금껏 본 영화 중에 가장 먼저 나온 영화이면서, 처음으로 본 음악도 없는 완전한 무성영화다. 후기작을 보고 초기작을 보니 몇몇 사건 전개의 원형이 어디였는지 확인할 수도 있었다. 무성영화는 대사의 수가 극히 줄어드니 대사로 보여주지 않는 수많은 말들을 관객에게 맡기며 상상하게 하는 것이 무척 재밌었다.

가을 햇살 오즈 야스지로, 1960
홀로 남은 아버지의 딸 결혼시키기 이야기에서 아버지가 어머니가 됐을 뿐이지만, 시대의 한계인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의 친구들이 주도한다. 딸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다른 작품들이 그리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어머니와 딸 사이는 아버지와 딸 사이와는 다른 관계를 지닐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이 작품 속의 ‘여행’은 〈만춘〉의 여행과 다른 감각과 생각을 전달한다.

만춘 오즈 야스지로, 1949
이 작품이 오즈의 결혼 이야기의 시작이라 들었다. 노리코 이야기의 시작이라고도 들었다. 하라 세츠코보다 류 치슈의 연기에 마음을 뺏긴 작품. 이전까지 류 치슈를 보며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의문이 들었는데 이 작품, 특히 마지막 부분을 보며 확실하게 알았다. 이 사람은 오즈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분명하게 연기하고 있구나. 영상 상태가 좋지 않은 판본으로 봐서 아쉬운데 디지털 복원된 판본으로 다시 감상하고 싶다.

피안화 오즈 야스지로, 1958
세 번에 걸쳐 ‘딸의 결혼’ 이야기를 보니 좀 질리긴 하다. 〈가을 햇살〉이 아직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틈에 이 작품을 보니 이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어 2년 뒤에 다시 나오는지 볼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연대별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싶고.

알파고 그렉 코스, 2017
작년 영화제에서 놓쳤지만, 역시 넷플릭스에라도 올라올 줄 알았어.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특별한 건 없지만 이야기 자체가 특별해서 재밌게 봤다.

앤트로포이드 션 엘리스, 2016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을 그린 작품. 킬리언 머피가 잘 어울리긴 하지만 체코인들의 작전을 영화로 만드는데 영어 쓰는 사람들로 찍어야 했을까? 저항군이 숨었던 교회는 직접 가보기도 했던 곳이라 느낌이 남달랐다.

미스터 홈즈 빌 콘돈, 2015
별거 없을 줄 알고 봤지만 정말 별거 없어서 오히려 당황했다. 하지만 노쇠한 셜록 홈즈를 그리는 것만큼은 잘했다.

맥추 오즈 야스지로, 1951
〈만춘〉도 보이고 〈안녕하세요〉도 보이고 〈동경 이야기〉도 보이는 와중에, 노리코의 갑작스런 말에 그의 가족들도 놀라고 보는 나도 놀라고 내 양 옆의 분들도 함께 놀랐다. 지금 이 글은 영화를 본지 3일이나 지나서야 쓰고 있지만 오즈의 영화는 생각을 더해 갈수록 애정이 쌓여만 간다.

꽁치의 맛 오즈 야스지로, 1962
오즈의 마지막 작품이면서, 그의 작품들을 얼마 보지 못한 나로썬 가장 완성된 작품으로 보였다. 이전 작품들 역시 하나하나가 주옥같지만 이 작품은 모두 합치고 쌓아놓은 대단함이 보인다. 영화관을 나서면서부터 다시 보고 싶어지는게 얼마만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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