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의 채식주의 도시락을 먹어보았다.


채식을 시작하고 맞닥뜨린 것이 — 아직은 네 발로 걷는 동물들만 먹지 않는 정도지만 — 밖에서 먹을 것이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작하기 전엔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김밥집에서 고기 빼달라고 하고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CU에서 비건 도시락이 나왔다고 해서 예약 주문해서 먹어보았다. 편의점을 뭘 사먹는 일이 거의 없지만 한번은 먹어봐야하지 않을까 해서 가입도 하고 그랬다.

한쪽은 단호박과 이집트콩 (맞나?) 에 맛탕 소스를 넣은 것, 한쪽은 콩불구이랑 새송이버섯, 방울토마토, 펜네와 올리브가 들어간 것이다. 데워먹진 않고 차갑게 먹었다. 양쪽 다 맛이 괜찮더라. 먹기 전 찾아본 리뷰들에선 사이즈가 작아 양이 적다고 했는데, 피드백을 받아 양이 늘어난 건지는 몰라도 한끼로 먹어도 배가 알맞게 찰 정도다. 단점은 두 메뉴 사이가 제대로 차단이 되지 않아서 두 소스가 섞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 래핑을 벗기니 소스와 기름의 끈적함이 묻어나오는 것도 들 수 있는데,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꼭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2019년 10월에 본 영화들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2019
이 작품을 보니 신카이 감독이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계를 이끄는 사람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불안한 의미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다음 작품에 무엇을 내놓을지를 봐야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는 법을 알아서 호소다처럼 되진 않을 것 같다.

말레피센트 로버트 스트롬버그, 2014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보기 전에 봐서 원작을 볼 필요가 있는 부분들 모두를 이해한 건 아닐테지만 보는 내내 재밌었다. 졸리의 연기가 아주 좋다.

말레피센트2 요아킴 뢰닝, 2019
안젤리나 졸리는 최고다. 미셸 파이퍼도 대단했지만 졸리의 매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그것 외에는…. 2편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신문기자 후지이 미치히토, 2019
심은경의 연기는 여기서 처음 접했다. 심은경을 위해 인물 설정을 바꾼 걸로 보이는데 그럴 가치가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클라이드 제로니미, 1959
말레피센트를 다 보고 나서야 본 그 원작. 재밌게 보다가 마지막에 오로라를 장치로만 써버리는 걸 보고 이게 시대의 한계인지 영화를 못만든 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2019년 9월에 본 영화들

바스티유 데이 제임스 왓킨스, 2016
평이 안좋은 것엔 다 이유가 있다. 괜찮은 시작을 갖고 안좋게 전개해서 재미없게 끝나는 뻔한 영화였다.

스탈린이 죽었다! 아만도 이아누치, 2017
영국인들은 블랙 코미디를 하려면 다른 나라 말고 자신들의 지금을 소재로 삼아야 한다.

블라인드 멜로디 스리람 라그하반, 2018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그게 대체적으로 잘 이어져서 부담이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다른 나라 영화였으면 좀 더 짧았겠지?

아이 엠 어 히어로 사토 신스케, 2016
원작을 몰라서 비교가 안되지만,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정도면 훌륭하다. 사건의 시작부터 좋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 ‘히어로’가 되었다. 아주 좋다.

파리의 딜릴리 미셸 오슬로, 2018
시대의 명암을 드러내는 듯하나 실상은 벨 에포크 자랑에 불과한 작품이다.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 2019
우주를 배경으로 사랑을 얘기하는 또다른 작품. 흥미롭게 보았지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나 하면 그건 아니었다. 이 이야기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나요? 대신 배경과 소품에선 많은 걸 느꼈으니 좋다 하겠다.

예스터데이 대니 보일, 2019
비틀즈가 워낙 비싸니 플레이리스트가 빈약할 순 있다. 그거 가지고 뭐라 하진 말자. 이 소재에 이정도면 아쉽지만 썩 괜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