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과 안생〉 (2016)

증국상 감독의 영화이다. 증국상, 정궈샹, 데렉 창 중 어느걸로 불러야 하는지. 수년 만에 보는 중국 영화. 그만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였다.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중국에서 어떤 평이었는지는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먼저 본 〈파크〉보다 몇배는 좋은 영화였다.

처음에는 칠월과 안생 두 절친이 한 남자를 좋아하는 흔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남자는 딱 그 기능만 하는 존재였다. 남자쪽의 이야기였다면 찌질한 모습을 다 보면서 흔해빠진 그저 그런 영화가 되었겠지만 두 친구의 이야기, 정말 영혼의 동반자인 둘의 이야기만을 — “이 세상에 널 사랑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 해줘서 아주 좋은 영화가 됐다. 그래서 영어 제목이 소울메이트인 거겠지만 아무래도 칠월과 안생이라는 제목이 더 낫다. 모 분 말마따나 칠월의 안생이라 생각해도 좋을 정도고. 감독이 남성인 줄은 알고 있어서 이 각본은 어디서 나온걸까 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역시 여성의 손에서 나왔더라. 다만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내가 남성이라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아쉬울 때가 있다. 분명히 나보단 여성분들이 이 영화에서 많은 걸 보실 것이고 훨씬 좋게 보실 것이다.

이 영화만큼은 국내에 꼭 들어왔음 좋겠다.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블루레이 정도는 사고 싶고.

일주일간 부천행, 정리

일주일간 부천행이 끝났다. 당초 13편의 영화를 예매했으나, 1편은 취소했고, 4편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본건 8편 뿐이다. 일본 영화가 5편, 한국 영화가 1편, 스페인 영화가 1편, 중국 영화가 1편이다. 호평을 받은 몇몇 작품들을 뒤늦게 알아 놓친 게 많이 아쉽다.

찜통 영화제였던 이번 부천을 다니며 체력을 많이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을 크게 했다. 그렇다고 내가 체력 증진에 신경쓰진 않을테니 다음부턴 예매에 신경 써야겠다는 정도로. 그리고 정 힘들겠다 싶으면 아예 부천에서 자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겠다. 더위에 부천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못 본 것들이 많다보니 더욱 그렇다.

파크
세타 나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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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과 안생
증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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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우리는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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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전・후편
오오토모 케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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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할로우 케이지
사드락 곤살레스-페레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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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미키 타카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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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크 13
사이토 타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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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2017)

세타 나츠키의 영화다. 올해 부천에서 본 첫 영화다. 키치죠지의 이노가시라 공원 1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영화라 공원이 계속 나온다. 이야기의 시작도 이야기의 끝도 결국엔 공원에 대한 이야기. 오죽하면 제목이 파크일까.

이노가시라 공원 근처에 사는 대학생 주인공은 한 여자를 만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전 여친의 연인 시절 이야기를 알고 싶어 전여친이 살던 곳을 찾아왔다는데 그 전여친이란 사람이 살던 곳이 주인공이 지금 사는 집이었던 것. 여차저차 그 커플이 50년 전 만든 노래가 담긴 테이프를 발견하지만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일부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곡을 완성해 공원의 뮤직 페스티벌에 나가는 것으로 이어진다.

보다시피 음악 영화이자 청춘 영화인데 영화는 그 정석을 잘 따라간다. 옆 길로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게 참 좋다. 신나는 부분, 방황하는 부분, 그리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지점에까지 깔끔하게 이어져있는데다가 영상 또한 보기 좋아 보고 나면 깨끗한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나쁜 일도 없는 이야기였어서 그럴지도 모르겠고, 무대가 되는 공원이 예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일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부천이 워낙 일본 영화제라 불릴만한 행사이다보니 이번에도 첫 영화가 일본 영화였다. 그 처음이 나쁘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던 것이라 기분이 좋다. 영화제 끝까지 이 기분 좋음이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안에 개봉할 예정이라는데 — 큰 기대는 안한다 — 나오면 한번쯤 더 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