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의 시청각

# 읽었다

야행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교토 이야기꾼이 서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밤.
出会い系サイトで妹と会う話 もちオーレ 지음
괜찮은 백합 단편집. 그 중에선 권두작품과 쌍둥이 이야기가 제일 나았다.

# 보았다

파크 세타 나츠키, 2017
http://joseph101.com/2017/07/4453
칠월과 안생 증국상, 2017
http://joseph101.com/2017/07/4489
내일부터 우리는 윤성호, 2017
드라마의 상영판이라고 해도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본 한국 영화. 시종일관 신나게 본 좋은 작품.
3월의 라이온 전・후편 오오토모 케이시, 2017
http://joseph101.com/2017/07/4492
블랙 할로우 케이지 사드락 곤살레스-페레욘, 2017
수평 수직의 공간과 정적인 시간 여행이 눈에 띄는 스릴러.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미키 타카히로, 2016
http://joseph101.com/2017/07/4494
블랭크 13 사이토 타쿠미, 2017
좋은 사람과 좋은 아버지가 꼭 같은 건 아니다.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2017
이렇게도 절제된 국뽕 영화를 만들 수 있는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2016)

미키 타카히로의 영화다. 원작 소설을 매우 감동받으며 읽었기 때문에 이번 부천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고 다른 것들은 안봐도 이것만은 꼭 봐야했던 영화다. 원작에 애정이 많은 만큼 걱정이 크기도 했다. 어설프게 만들었다가 이상하게 만들어지면 어쩌지? 연기가 안좋으면 어쩌지? 어설픈 일본산 로맨스 영화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니까.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그 모든 걱정이 기우였다.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라 조금만 보다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끝날지 알게되는 작품인데 — 아예 작가가 작품 중간에 전말을 밝히기도 했다지만 — 과하거나 부족함 없는 연출과 주연배우 둘의 알맞는 연기가 자칫 힘이 빠질 수 있는 후반부를 잘 이끌어줬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흐흑 ㅜㅜ 거의 유일하다 싶은 단점은 빛을 과하게 노출시키는 장면이 좀 많았던 것 정도 뿐이니 한국 개봉시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

〈3월의 라이온〉 (2017)

오오토모 케이시의 영화다. 끌리거나 한건 아닌데 지난번 〈치하야후루〉가 부천에서만 상영하고 말았던 경우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 〈치하야후루〉처럼 이 작품 역시 만화 원작에 전후편으로 나뉘어있고, 이번에도 원작은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처럼 좋았던 전편에 조금 부족한 후편이면 어쩌나 걱정됐다.

일단 배우들을 보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본 카미키 류노스케는 여전히 연기를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모르겠다. 열 받아서 말로 사람 깔아뭉게는 연기는 정말 잘하는데. 키요하라 카야는 처음 보는 건데도 어디서 많이 본 듯 익숙해서 이상했다. 누구 엄청 닮은 사람이 있었나? 아리무라 카스미는 점점 나아지는 연기를 보여줘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영화로서는 아쉽게도 위에서 말했던 걱정이 들어맞았다. 전편이 더 나았다. 전후편 모두 일관되게 주인공의 성장을 그렸지만 나는 스포츠물로서의 〈3월의 라이온〉을 기대한게 컸기 때문에 장기와 성장이 깊게 연관지어졌던 전편보다 상대적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깊게 그리는 후편이 실망스러웠다. 특히 카와모토 집안 이야기만이 약간 붕 떠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상영 시간이 그리 긴데도 이러면 안되지 않나 싶었다. 들어보면 그 부분의 이야기 자체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데 영화와 만화라는 매체의 차이 때문에 그리 느껴지는 것 아닐까 싶다. 원작을 본 사람들은 후편을 더 좋게 평가하더라.

원작 팬이라면 — 그리고 카미키 팬이라면 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이지만 원작을 읽지 않았고 딱히 끌림이 없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