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를 안한지 5일째 밤이다.

한달 정도 전에 더 디비전을 구매하고는 격하게 게임하느라 다른 어느것도 하질 않으며 지냈다. 책을 빌려서 책도 안읽고 반납했고, 영화도 예매했다가 게임하고 싶어져서 집을 나서기 전에 취소하기 일쑤였다. 누적 플레이 시간이 100시간이 넘어가니 이렇게 지내다가는 안되겠다 싶어졌다.

인터넷에서 이 글을 발견하고는 세 가지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일단 인터넷을 쓰지 않는 시간을 정해두는 것. 하루에 12시부터 18시까지는 인터넷을 쓰지 않기로 해봤다. 이 시간에는 메신저를 빼고는 오프라인으로 살아보았다. 그리고 일과 후에도 인터넷 사용시간을 정해둘 것. 인터넷을 하지 않는 시간이 지난 뒤에 네시간 정도로 사용시간을 정해보았다. 긴 것 같지만 2시쯤에 잠을 드니 이정도면 적지 않겠지 싶어서 네시간으로 정해보았다. 당연하지만 보기 좋게 망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 백수에게 6시간의 오프라인 모드와 4시간 뿐인 온라인 모드는 끔찍했다. 그래서 이틀째에 사용시간 제한은 없앴다. 다만 12시부터 18시 사이의 오프라인 생활은 완벽히는 아니어도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아예 안하는 건 아니지만 밀렸던 책들을 읽는 귀중한 시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일이 막히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는 해도 오프라인에서 죽어가는 영혼에게 잠시 쉴 틈을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음, 변명 같긴 하지만….

대신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소셜 미디어를 끊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소셜 미디어라고 해도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뿐이고 뒤의 두개는 금방 끊을 수 있었다. 끊는다기 보단 그 둘에는 중독된 일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문제는 트위터였다. 내 삶과 다를 바가 없는게 트위터고 타임라인 새로고침은 호흡과 마찬가지인데 그걸 안하려니 인터넷 안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있었다. 정말 아이패드 켜서 트윗봇 아이콘 위에 손가락 두다가 치우던게 수십번이다. (이겨보자는 마음에서 일부러 삭제를 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나. 놀랍게도 한번도 트위터 타임라인을 들어와 본 적이 없다. 몇가지 검색하느라 트위터 검색은 이용하긴 했다. 그것도 크롬 주소표시줄에서 트위터 검색을 잡아준 덕에 타임라인을 거치지 않고 검색만 하고 나올 수 있었다. 여전히 심심할 때면 트윗봇 앱 아이콘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잘 이겨내고 있다. 그리고 트위터를 쉽게 끊어내본 덕에 인터넷하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어떤 분들은 자주 가는 사이트들 게시판들이 있겠지만 나는 소식 접하는 게시판 두곳을 제외하면 트위터가 메인이었어서 정말 필요한 경우 — 게임을 한다거나 — 가 아니면 컴퓨터 자체를 키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위의 블로그가 소개한 책 저자의 말을 따르자면 소셜 미디어는 1주일간 끊어보라는데 앞으로 이틀 정도가 남아있다. 이정도면 그 이틀도 힘들지 않고 소셜 미디어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돌아오는 일요일이 되면 트위터에 들어가볼 것이고 그 다음에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더 열심히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전보단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아니 제발 가지고 싶다.

2017년 4월과 5월의 시청각

지난달 여행으로 쓰지 못해서 이번에 4월과 5월에 읽고 보고 들은 걸 함께 쓴다.

# 읽었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김정아 옮김
http://joseph101.com/2017/04/4390
からかい上手の高木さん 5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약간 늘어짐이 느껴지던 5권. 권두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徒然チルドレン 7 와카바야시 토시야 지음
이것도 7권까지 오니 몇 커플은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여전히 매 페이지를 희희거리며 보게 된다.
교회의 분열에 맞서 헤르만 바빙크 지음, 이혜경 옮김
비록 교회의 일치가 불가능한 것이고 허구일지라도 우리는 끝까지 교회의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http://joseph101.com/2017/05/4413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벌써 3편! 역시 이 소시민 부부..는 함께 해야 제맛이다. 벌써 고3 2학기던데 시간상 겨울철 이야기가 바로 시작하는거려나?

# 보았다

신비한 동물사전 데이비드 예이츠, 2016
입소문에 기대했으나 조금 못미치는 작품.
닥터 스트레인지 스콧 데릭슨, 2016
기대에 한참이나 못미치는 작품. 마블은 해가 갈수록 재미없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모아나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2016
http://joseph101.com/2017/05/4410
미스 슬로운 존 매든, 2016
믿고 보는 제시카 채스테인. 세 번쯤 보았는데 한 장면도 버리지 않고 이야기로 쓰더라. 노련한 각본가와 감독이었어.
히든 피겨스 테오도어 멜피, 2016
많은 것들을 노련하게 이야기하는 훌륭한 영화
패트리어트 데이 피터 버그, 2016
참 잘만든 영화인데 마크 월버그가 단점이다.

《폭풍의 언덕》

유럽을 여행하는 중에 두번째로 읽은 책. 《오만과 편견》만큼 오래전에 추천받았지만 읽지 않았던 책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읽다가 연이어 이걸 읽으니 세상에 세상에 이런 미친 이야기가 다 있나 싶었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은 작중 가장 정신이 총명하고 멀쩡한 사람이었던 반면, 이 작품은 주요인물 전부가 미쳐있는 모습에 기겁을 했다. 본능에 충실한 인물들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덩달아 답답해지는데, 이야기가 재밌어서 느리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단지 이걸 읽고 나니 한동안 다른 소설을 읽을 자신이 없어져서 여행 전에 준비했던 책들을 많이 못 읽고 말았다. 한번 읽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다시 한번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