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2016)

근래 본 디즈니 영화 중에서 가히 최고의 작품이었다. 스타워즈는 빼놓고 이야기하자. 돌이켜보면 진부한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디즈니가 잘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야기고, 멋진 주인공과 귀여운 파트너와 — 샤크헤드… — 잘만든 노래들 덕분에 더 즐거운 작품이 탄생했다.

모아나가 “I am Moana of Motunui”라고 말할 떄마다 작품의 훌륭함이 증가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역시 큰 일은 여자가 해야한다.

여행이 끝나니 악몽을 꾼다.

31일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지 1주일이 지났다. 처음 혼자 떠난 해외여행이었고 처음 가보는 긴 여행이었지만 몸에 이상 없이 돌아와 무척이나 감사하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매일같이 악몽을 꾸고 있다. 악몽을 꾸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침대에서 괴로워한다.

꾸는 악몽도 지독한 악몽은 아니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꿈에서 겪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깨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고 있지만 좀만 더 다행이어서 아예 꿈을 안꿨으면 좋겠다. 어젯밤은 악몽을 꾸지 않은 대신에 잠을 자지 못하는 밤이었다. 잠에 들라치면 마치 침대에서 떨어지는 느낌으로, 혹은 꾸벅꾸벅 졸다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아 잠이 확 깨듯이, 그런 식으로 수십번을 깨곤 했다. 아마 몇번 안될테지만 잠결에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느꼈다. 결국엔 일어나 불을 키고 방을 서성이다가 한시간이 지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왜 이럴까. 잠 좀 제대로 자고 싶다.

《오만과 편견》

여행 중에 읽은 첫 책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다. 이 책은 사연이 있는데, 내가 펭귄판만 세 권 거기에 민음사판까지 모두 4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금 처음으로 읽었다.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런 사연이 있다.

난 이 작품이 로코물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무도 내게 로코물이라고 이야기해주지도 않았고 어느 영상 클립을 봐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 작품을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 시작했더니 세상에나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기를 바라며 읽었다. 계속 낄낄거리게 되는 소설은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이렇게 신나는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물론 유럽에 온 이후로는 읽을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쉬운게 아니었다. 그래서 여행 11일 째 밤이 되어서야 다 읽을 수 있었지만 그동안 전자책을 펼 때마다 — 킬 때마다? — 마음을 편히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시대가 시대다보니 거부감이 드는 곳들이 한두곳이 아니었지만 그건 후세를 사는 독자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옛날 작품을 읽으며 괴롭지 않은 적이 어디 있을까.

이제 친구의 오랜 추천작을 읽는데 성공했으니 어머니의 오랜 추천작인 《폭풍의 언덕》을 읽어야겠다. 얘는 전자책이 없으니 집에 가서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