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의 시청각

책도 영화도 이제 적당히 보게 되는 것 같다. 요새 너무 안읽고 안보는 것 아닐까 고민했는데 적정선으로 돌아와주니 다행이다.

# 읽었다

내 무덤에 묻힌 사람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소개를 읽고 너무나 읽고 싶던 작품인데 아쉽게도 후반에 힘을 잃고 말아버린다. 딱 그 전까진 좋았는데.
미드나잇 저널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일본의 사회파 작품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데, 거기에 기자들의 이야기라는 것과 작가의 힘있는 필력이 더해지니 더욱 재밌는 작품이 나왔다. 이 작가를 기억해둬야지.

# 보았다

로건 제임스 맨골드, 2017
울버린을 보고자 극장에 들어가서 울며 나오는 영화. 아, 썬시커.
엑스맨: 아포칼립스 브라이언 싱어, 2016
이 시리즈는 브라이언 싱어가 메가폰을 잡으면 안된다.
침묵 마틴 스코세이지, 2016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 훌륭하게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되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데이비드 에이어, 2016
이것도 영화라고….
인페르노 론 하워드, 2016
대리 여행하는 재미는 덜하지만 영화적으론 전작들보다 낫다.

D-3 준비물, 예산 그리고 심카드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3일 후 지금쯤이면 시베리아 어디쯤을 날고 있지 않을까. 25일 전에 쓴 글에선 다음엔 숙소에 대해 써본다고 했는데, 가보지도 않은 곳들에 대해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준비물

처음 떠나는 장기 여행이라 이것저것 새롭게 구매하느라 돈이 많이 나갔다. 대신 다음 여행부터는 이만큼은 적게 들테니. 크게 들고 탈 짐과 맡길 짐으로 나뉘는데 ‘개인’과 ‘비행기’만 들고 탈 것들이고 나머진 캐리어에 넣고 위탁수하물로 보낼 것들이다. 숙소에 도착하면 크로스백에서 콘센트나 케이블 같은 것들 빼서 캐리어에 넣어둬야지.

예산

여러가지 감안해서 짜본 결과 이정도 경비가 들 것 같다. ‘식비’는 내가 가서 하루에 얼마를 쓸지 알 수가 없어서 한끼를 1200엔으로 잡아두던 일본여행 방식으로 계산했다. 마지막에 ‘쇼핑’이 끼어드는 바람에 금액이 많이 커졌는데, 저긴 정말 어찌될지 모르는 부분이라 변동이 클 듯하다. 처음 목표는 380만원 이하로 소비하자였는데 한 달 뒤엔 어떻게 될지.

여행 중에 지출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엑셀로 가계부 파일을 만들어두었다 (이런거 좋아한다). 앱을 쓰거나 손으로 쓸 수도 있었는데 앱은 6종의 화폐를 내가 원하는 만큼 관리해주는 앱을 발견하지 못해서 포기했고, 손은… 워낙 손으로 쓰는 걸 싫어해서. 대신 핸드폰을 분실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길지 모르니 노트에도 지출 내역만큼은 꾸준히 적어둘 것이다.

심카드

유럽에서도 항상 온라인으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심카드는 필수이다. 한 달에 걸친 여행을 로밍으로 다니거나, 무겁게 포켓 와이파이를 쓴다거나 하는 건 어려운 데다가 8개국 다니면서 그때마다 심카드를 구매하기도 뭐하니 통합 심카드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통합 심카드도 잘 봐야할 것이 사용 가능 국가 목록에 세르비아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더라. 아직 유럽연합이 아니어서 그런지.

다행히 세르비아가 잘 포함된 상품에는 심마켓신한유심이 있었다. 나는 후자를 선택, 어제 해피콜을 받고 결제가 되었다. 해피콜로는 심카드 규격 때문에 사용하는 핸드폰 기종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수령안내, 그리고 나는 추가로 착신 전환을 신청해놔서 그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미리 구매해도 곧바로 결제가 되는 건 아니니 여행일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지출은 함께 찾아온다.

여행 하나 준비하는 데에도 돈이 계속 깨져나가서 마음이 어지러운 차에 노트북을 보고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배터리 한쪽이 부풀어 있었다. 보통 모니터에 연결해놓고 쓰느라 모르고 있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노트북만을 썼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걸로 봐서 근래 며칠 사이에 부풀어 오른 것 같았다. 배터리만 문제라면 이베이에서 주문해 스스로 교체할텐데 자판까지 일그러졌으니 서비스센터에 직접 가봐야할 것 같다.

여기엔 또 얼마가 들런지. 아이폰 배터리도 정품으로 교체하느라 10만원이나 쓴게 지난 달인데. 우스개소리로 유럽가면 맥모닝 먹고 지내야겠다고 한 말이 현실이 될 것만 같다. 한숨만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