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2016)

새해 첫 극장에서 본 영화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 되었다. 베스트앨범과 같은 영화라 했는데 그 말 그대로의 영화다.

감독의 작품을 보러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빛을 잘 쓴 그림을 보기 위함인데 이번 작품도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신카이 감독이 잘 그리는 맑은 하늘 아래의 도쿄, 눈이 오는 신주쿠를 보면 절로 기분이 맑아진다. — 가고 싶다 신주쿠! — 그의 장기는 역시 도시에서 빛난다. 그래서인지 도쿄가 아닌 기후현의 풍광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야기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베스트앨범 그 자체다. 모두가 익숙할 그런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장면, 음악, 캐릭터마저 모두가 한번에 알 수 있도록 공들여서 만들어져있다. 다르게 보면 진부하다 말할 수 있는데 다수가 편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흥행의 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편히 신카이의 미술을 볼 수 있던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다만 그러다보니 고민없이 하던대로 한 걸로 보이는 몇 부분이 작품의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런 점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얘기한 인간관찰의 부재나 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클리셰만으로 이렇게 흥행을 해버리니 여러가지가 안타깝단 생각이 든다. 그 안엔 시대에 필요하지 않은 점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정말 많이 아쉽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훨씬 예전에 나왔어도 이런 점에선 조금은 앞서있다.

그리고 의도적인 속옷 노출이나 성별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카메라 시선 등은 내가 왜 일본 애니메이션을 멀리하게 됐는지를 떠올리게 해줬다. 음, 그건 정말 싫더라.

덧붙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말처럼 이제 일본은 여고생 이야기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 아닌지?

내가 쓰는 아이폰 앱들 (2017.01)

매년 초 내가 쓰는 아이폰 앱들을 정리해본다. 2014년 연말에 쓴 글2016년 초에 쓴 글로 왠만한 앱들은 설명을 했으니 이제부턴 간단히 써도 될 것 같다.

항상 바꿔가며 이것저것 해봤던 팟캐스트 앱은 Castro에 정착하게 됐다. 또 바뀔지 모르지만. 이 앱은 팟캐스트를 쭉 듣기에 아주 좋다. 구독하는 팟캐스트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올라올 때마다 인박스에 쌓여줘서 들을지 말지 골라가며 재생목록을 구성하기가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전까지 할 일 목록 앱으로 쓰던 Wunderlist를 밀어내고 기본 앱인 미리 알림을 쓰기로 했다. 아웃룩닷컴 계정과 연동이 되니 웹에서 확인하기도 편하고,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이 완료가 되지 않은채 남아있는 항목이 잠금 화면에 계속 띄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핸드폰 화면을 킬 때마다 보게 되는 점이 참 괜찮았다.

매일 밤엔 Sleep Cycle로 수면을 기록한다. 굳이 동기화까지 해가며 — 돈을 내가며 — 기록을 중요시하는 건 아니고 기상 후 지난 밤의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을 보는 것으로만 쓴다. 버릇이 되어서인지 기록하지 않아버리면 괜히 찝찝하다.

PhotoSync로는 사진을 백업한다. 이전까진 OneDrive에서 지원하는 자동 백업 기능으로 백업을 했는데 명성이 자자해서 속는 셈치고 구입했는데 명성 그대로 아주 훌륭했다. 집에 오면 자동으로 백업해주기도 하고 다양한 옵션으로 여러 클라우드로 올리는 걸 쉽게 할 수 있어서 얼른 이쪽으로 갈아탔다.

그 외에 항상 쓰며 매우 중요한 앱들이 있다. WorkflowLaunch Center ProDrafts는 사실상 제일 중요한 앱들인데 설명은 예전에 쓴 글들에서 했을 것이다. 자동화와 블로깅의 핵심이 되는 앱들이다. 1Password로는 모든 비밀번호를 관리하고 있고, Ventoy로는 내 지출 내역을 기록한다. 다른 가계부 앱들보다 훨씬 사용하기 편하니 매우 추천하는 앱이다.

영화본 것, 2016

2016년에는 모두 76편의 영화를 보았다. 두 주에 3편 꼴로 영화를 본 셈이다. 내년에도 이만큼 보기를 바라며 한 해를 정리해본다.

시상

—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에게 올해 발견한 인생영화 상을 수여한다. 개봉할 때 왜 안봤으며 재개봉할 때도 왜 안봤나 싶었지만 올해 봤기에 이렇게 훌륭하게 느꼈다 생각한다.

큰 기대에 큰 배신이 상을 최동훈의 〈암살〉과 드니 빌뇌브의 〈어라이벌〉에 동시 수여한다. 암살은 다들 극찬을 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느낄 것이 있기나 했는지. 어라이벌은 내 생각과 다르게 영화화됐음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그 작품은 이렇게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생각한다.

— 미즈시마 츠토무 감독의 〈걸즈 앤 판처 극장판〉에 무엇을 줄까. 당연히 세계 제일의 4DX 상을 수여한다. 이후 일반관으로 보니 그 감흥이 느껴지는게 없어서 4DX 경험이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코이즈미 노리히로의 〈치하야후루〉에 청춘 최고다 상을 준다. 청춘과 스포츠는 언제나 신난다.

눈물이 주룩주룩 상을 나카노 료타의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에 준다. 이 작품은 꼭 보길 바란다. 같이 흘리자.

트리비아

— 한 해동안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제일 많이 보았다. 총 41편의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그 다음을 일본 영화가 쫓았는데 총 20편의 영화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 극장에서 본 영화가 제일 많다. 모두 25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다. 그리고 구글 플레이 무비를 통해 본 영화도 많았는데 21편의 영화를 구글을 통해 보았다.

— 오랜만에 저장매체를 통해서 본 영화들도 있다. 아주 좋았던 영화는 블루레이를 구매해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편을 블루레이로 보았고 DVD로는 2편의 영화를 보았다.

— 처음으로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제에서 총 9편의 영화를 보았다.

— 역시 처음으로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영화를 빌려 보았다. 일본 스토어에서 〈치하야후루〉 상, 하편을 보았다.

— 가장 오래 전에 만들어진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로 1953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 러시아,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타이완, 터키의 영화를 처음 보았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영화를 주로 보다보니 이렇다.

2016년 본 영화들

1월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고레에다 히로카즈
증오의 8인 2015 쿠엔틴 타란티노
묻지마 사랑 2013 이치이 마사히데
러브레터 1995 이와이 슌지
레버넌트 2015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벤허 1959 윌리엄 와일러
2월 캐롤 2015 토드 헤인즈
브릿지 오브 스파이 2015 스티븐 스필버그
데드풀 2016 팀 밀러
순응자 1970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3월 자객 섭은낭 2015 허우샤오시엔
엑스 마키나 2015 앨릭스 갈랜드
거꾸로 된 파테마 2013 요시우라 야스히로
스코치 트라이얼 2015 웨스 볼
주토피아 2016 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 자레드 부시
엔더의 게임 2013 개빈 후드
스포트라이트 2015 톰 매카시
헤일, 시저! 2016 에단 코엔, 조엘 코엔
4월 셜록: 유령신부 2016 더글라스 맥키넌
트럼보 2015 제이 로치
클로버필드 10번지 2016 댄 트랙턴버그
런던 해즈 폴른 2016 바바크 나야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 조 루소, 앤소니 루소
5월 레고 무비 2014 필 로드, 크리스 밀러
맨 프롬 U.N.C.L.E. 2015 가이 리치
블레이드 러너 1982 리들리 스콧
제5침공 2016 J 블레이크슨
13인의 자객 2010 미이케 다카시
할복 1962 고바야시 마사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브라이언 싱어
더 울버린 2013 제임스 맨골드
레이드: 첫번째 습격 2012 가렛 에반스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 2014 오토모 게이시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2014 오토모 게이시
6월 미니언즈 2015 피에르 코핀, 카일 발다
암살 2015 최동훈
13시간 2016 마이클 베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2016 롤란트 에머리히
7월 하나와 앨리스 2004 이와이 슌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UE 2016 잭 스나이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2016 덩컨 존스
제이슨 본 2016 폴 그린그래스
8월 러시아 방주 2002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스푹스 2015 바라트 낼러리
걸즈 앤 판처 극장판 2015 미즈시마 츠토무
스타 트렉 비욘드 2016 저스틴 린
갈리폴리 상륙작전 2015 오잔 에렌
동경 이야기 1953 오즈 야스지로
고스트버스터즈 2016 폴 피그
9월 아이 인 더 스카이 2016 개빈 후드
일본의 가장 긴 하루 2015 하라다 마사토
이터널 선샤인 2004 미셸 공드리
벤허 2016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카페 소사이어티 2016 우디 앨런
유로파 리포트 2013 세바스찬 코르데로
10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2016 클린트 이스트우드
위 아 영 2014 노아 바움백
산티스 씨의 기나긴 밤 2016 안드레아 테스타, 프란시스코 마르케즈
분노 2016 이상일
2016 아미르 나데리
시네마 트래블러 2016 셜리 아브라함, 아밋 마데시야
루이 14세의 죽음 2016 알베르 세라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 2016 나카노 료타
아주 긴 변명 2016 니시카와 미와
어라이벌 2016 드니 빌뇌브
신 고지라 2016 안노 히데아키
치하야후루 상편 2016 코이즈미 노리히로
치하야후루 하편 2016 코이즈미 노리히로
아메리칸 울트라 2015 니마 누리자데
12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1989 오시이 마모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1993 오시이 마모루
라스트 위치 헌터 2015 브렉 에이즈너
라라랜드 2016 데미안 샤젤
헬 오어 하이 워터 2016 데이비드 매켄지
트루 그릿 2010 에단 코엔, 조엘 코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2016 가렛 에드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