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임무》

“우리는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소. 평생이 걸려도 당신네 지식을 다 배울 수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것부터 말이오. 당신들은 어떻게 그런 원리들을 알아내었는지 배우고 싶소.”

할 클레멘트의 과학소설이다. 원양을 항해하던 중 지구인을 만나 그들의 외주를 받아 일하는 선장과 그의 선원들 이야기이다. 이들이 사는 별은 중력이 약한 적도지방이 3G, 주인공의 출신지인 극지방이 700G에 달하는 별인데다가 그런 환경에 따라 이들 또한 길이 40cm의 애벌레 — 지네? — 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강한 중력 때문에 서있거나 난다거나 던진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하는 종족이라는 것이 인상에 깊이 남는다. 두 종족 간의 교류는 보통 일방으로 시혜적이거나 적대 행위를 동반하는 경우로 그려지곤 하는데 탐구욕이라는 공통점을 찾게 되는 장면은 훈훈함을 넘어 감동적이다.

한몸 된 지체가 없는 생활

블루투스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화장실 가서 잠시 휴지통 위에 올려뒀다가 그냥 나와버린 것이다. 거의 23시간이 지나서야 잃어버렸다는 걸 알아챘다. 며칠 전에도 핸드폰을 그렇게 두고 왔다가 30분쯤 뒤에 알아채고 다시 찾았는데 이번엔 진짜로 잃어버리고 말았다. 전날 퇴근할 때 뭔가 두고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무시하고 넘겼는데 어머나 세상에 이럴수가.
여행 가기 위해 왠만한 구매를 내년 이후로 미루고 있는데 당분간은 유선 이어폰을 쓰게 되었다. 다시 써보니 줄이 걸리는게 굉장히 불편한데 어쩔 수 없는게 안타깝다.
속이 쓰리다.

《리커시블》

오랜만에 읽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이다. 요네자와의 책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와 몰입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일본 문학의 특징으로 보이는 마무리되지 않는 결말과 맞물리는 바람에 다 읽고 나면 지독한 기분이 들고 만다. 이런게 다른 작가들보다 더 한 것 같다. 요네자와의 이야기가 내 취향에 아주 잘 맞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다행히도 올 초에 《안녕 요정》으로 한번 겪고 나니 어느정도 예상이 돼서 — 특히 읽어가며 남은 분량을 보다보니 — 덕분에 지독함이 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매번 실망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건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한다는 뜻이겠다.

덧붙여 일본 문학을 주로 읽으면서도 슬슬 여기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