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읽은 책 중에서 골라보았다

2015년에는 총 100권의 책을 읽었다. 책의 수가 아닌 권의 수를 세었기 때문에 그 수가 많아졌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지나가고 다음 번에 더욱 세부적인 통계를 제시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번엔 읽은 책 중 기억나는 몇 권을 시상하였다. 내가 2015년 한 해 동안 읽은 전체 목록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잠복》중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집 《잠복》에 수록된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에게 이 미스터리가 좋았다 상을 수여한다. 올해 읽은 미스터리 중에는 이보다 좋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지방신문을 구독하겠다던 여자가 갑자기 구독을 끊는다는 도입이 기억에 남아 이 상을 수여한다.

양희송의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에 시원찮은 성도의 고민거리 상을 수여한다. 별다른 결론이 없는 책이지만 마침 여러 고민을 하던 차에 새로운 장을 보여준 책이라 이 상을 수여한다.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도련님의 시대》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데이비드 웨버의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에게 역시 내 최애장르는 SF이다 상을 수여한다. 여러 장르의 소설들을 읽어도 결국 SF로 돌아오고 만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기에 이 상을 수여한다.

세키카와 나쓰오와 다니구치 지로의 《도련님의 시대》에 내 근대 일본 덕질이 완전 최고조 상을, 도로시 길먼의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에 어떤 서점의 우연한 조우 상을 수여한다. 전자는 메이지 시대를 문호들의 삶과 함께 들여다 보아 내 덕질에 연료를 던져준 점을, 후자는 저자도 제목도 알지도 못한 책이었으나 제목 그대로 뜻밖에 만난 책인 점을 들어 상을 수여한다.

이제 블로그 상단 메뉴의 읽은 책 목록은 2016년으로 바뀌었다. 새해엔 어떤 책을 읽게 될지 기대가 된다.

교토유람 013

이 날 하늘이 이랬다. 그래도 하늘이 이런 덕분에 아주 덥지도 않은 좋은 기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9월의 교토는 내게 아직 땀이 나는 계절이라 이게 나았다.



치쿠린竹林까지 가는 길은 정말 여행객이 떠올릴만한 일본 거리의 모습이다. 게다가 여긴 유명한 관광지잖아? 그러니 더욱 예쁠 수 밖에. 가는 길에 젓가락 파는 가게가 있어서 각자 기념품으로 구입했다. 저렴한 젓가락부터 이렇게 비쌀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가격이 붙어있는 젓가락까지 무척 다양하게 있었다. 여기선 젓가락에 이름을 새길 수 있어서 나는 우리 가족에 맞춰 구매했다. 가족 이름의 한자를 확인하느라 라인으로 물어보고 바빴다. 게다가 일본에서 잘 안쓰는 한자가 있다보니 네이버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 직원에게 보여주고 나서야 제대로 새길 수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은 한자로 썼지만 내 이름은 한자가 아니니 영어로 썼다. 혼자만 영어 이름이네.


일본 캐릭터 문화의 뿌리는 깊다.



치쿠린은 대나무가 이렇게 많았다. 담양 죽림원을 다녀와본 친구는 거기보다 대나무가 많다고 했다. 여행 후에 나도 죽림원을 다녀왔는데 정말 치쿠린이 훨씬 울창하더라. 빼곡한 대나무숲 한가운데를 걷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상쾌한 기분이라기보다는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기계장치가 잘 맞아 돌아가는 걸 지켜보는 느낌과 비슷했다. 보면서 흡족해지는 그런 기분. 근데 자연을 보면서도 기계를 떠올리다니….


치쿠린 안에 있는 노노미야 신사는 인연에 관한 신이 모셔져 있는 곳이라고 한다. 비슷한 걸 모시는 다른 신사들과 다른 점이라면 겐지모노가타리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11세기 소설에 등장할 정도니 최소 1천년이 넘은 신사다. 참 대단하다 싶다.

친구들은 여기서도 모기에게 고생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치쿠린의 끝 — 같아 보이는 곳 — 까지는 갔다왔다. 노노미야 신사 앞에선 인력거 모는 사람들이 있어서 저렇게 타고 둘러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찍고 말이지. 친구들과 우산 놓고 찍기도 하고 둘러보던 다른 외국인에게 부탁해서 사진도 찍고, 재밌었다. 그리고 나는 긴바지를 입어서 모기에 하나도 물리지 않았다.


참, 아라시야마에는 큰 다리가 하나 있는데 도게츠교渡月橋라 불린다. 달을 건너는 다리라니 기막히게 훌륭한 이름을 붙여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