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유람 005

교토에서 머물던 숙소는 이러하다.






ゲストハウス木音
http://www.kioto-kyoto.com/

게스트하우스 키오토. 전통 가옥인데 참 괜찮았다. 트립어드바이저에는 밤에 춥다는 외국인의 리뷰가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춥기는 커녕 난방을 트는건지 원래 그런건지 계속 덥기만 했다. 비가 오면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에 시끄러울 것 같지만 피곤해서 곤히 자느라 그런 것도 몰랐고, 주택가가 워낙 조용해서 깰 일은 없었다. 2층의 여자 방에는 중국인 게스트들 덕에 시끄러웠다더라. 로비에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만든 주변 음식점 가이드지도도 있고 각종 교토 여행 정보지들이 있었는데 계획을 다 짜고 온 우리에겐 이런게 있구나 싶은 것들이었다. 다음엔 무일정으로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아픈 다리도 주물주물하고 누워서 쉬던 우리는 또 그사이에 허기가 져서는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다. 친구의 일본 친구가 추천해준 곳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와 사거리를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대여섯 정류장을 지나서 교토의 번화가 가와라마치에 도착했다.

사실 난 정말 배가 고팠어서 좋아하는 라멘을 눈 앞에 두고 이성을 잃지는 않고 차분하게 돈코츠시오라멘과 밥, 교자 세트에 차슈를 더했다. 이성을 잃은 걸지도.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보통 이렇게 많이 먹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챠슈 적은 라멘은 싫단 말이다. 교자도 이왕 왔으니 먹어야겠고, 보니까 밥까지 함께 있는 세트다 보니 이렇게 먹게 된거라고 위안 삼아본다. 어쨌건 이 가게에서 먹은 라멘의 맛과 향 모두 만족했다. 맛있는 한그릇을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낮부터 음식 선택이 탁월했다며 기뻐했다.


らーめん千の風 四条河原町店
http://ramensennokazekyoto.com/
食べログ

NATSU Wallet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건 신분증과 신용카드, 체크카드 뿐인데 이 구성엔 단지갑조차 버겁다. 지폐조차 들고 다니지 않으니 공간 낭비가 심해서 작은 지갑을 찾아보던 중 킥스타터에서 NATSU라는 지갑을 보고 그날로 펀딩을 했었다. 그리고 어제 지갑이 왔다. 어제 온거였지만 열어본 건 오늘.

많이 보이는 카드지갑류의 모습이다. 킥스타터 코멘트에서도 몇 사람들이 이야기했는데 나라마다 카드의 크기가 다른 것인지 내 경우에도 사진처럼 공간이 조금 남는다. 그리고 카드가 세 장 밖에 없다보니 거꾸로 들기만 해도 카드들이 쑥 빠져버린다. 더 넣을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지.

앞쪽에 있는 칸엔 동전을 넣는다. 아래 GIF처럼 동전을 넣어도 잘 빠지지 않게 돼있다- 고 한다. 동전을 쓸 일이 정말 없으니 잘 모르겠다.


출처: NATSU 킥스타터 페이지

뒤쪽엔 지폐를 넣을 수 있다. 한국 돈이 작은 편인건지 여유 공간이 많이 남는다. 저 오천원권도 반을 접고 다시 반을 접은게 아니라 처음부터 3등분해서 접은 것이다.

바닥에 놓으면 이정도 높이. 얇고 작은 점 때문에 산 것이지만 마음에 든다. RFID 차단 옵션도 할 수 있었는데 교통카드 찍는 경우를 생각해서 안했다. 하지만 지금보니 카드들이 겹쳐서 지갑 채 찍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지폐 쪽에 신용카드만 두고 쓰면 좋았을테니 RFID 차단까지 할 걸 그랬나 싶다. 배송료까지 해서 20달러에 구매했는데 이정도면 괜찮다고 보인다.

교토유람 004

교엔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막부의 성, 니조성이 있다. 다행히 그곳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서 걷는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 그렇다. 이미 걷는 건 고통이 돼있었다. 그래도 버스정류장까지 또 꽤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교토 버스정류장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는데 교토역에서 숙소까지 타는 버스는 방향이 써있는 안내판을 보고 사람들 따라 선 것이었기에 그렇다. 왼쪽처럼 버스가 이 정류장으로부터 몇번째 정류장 앞에 와있는지 보여주는 기기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 녹색의 버스 버튼이 찰칵 하며 한걸음씩 다가온다. 버스의 현재 위치를 토대로 실시간으로 추적해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교토 버스는 시간표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모르지 속에 GPS 수신기가 숨어 있을지도. 아마 저기서 12번을 타고 니조성으로 갔었을 것이다. 내린 정류장 이름은 니죠죠마에二条城前.


니조성에 들어가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왠 비람. 그래도 화려하게 치장된 문들을 보니 천황이 살던 곳과는 다른 권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편의 고쇼의 문들과 비교해보라. 때깔부터 다르다. 역시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모일지니. 성에 들어서고 거의 바로 니노마루이기 때문에 비는 그렇게 맞지 않았다.


니노마루는 상당히 큰 건물인데 내부 촬영이 금지돼있다. 안에 들어가면 정말 권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쇼군이 교토에 왔을 때 이곳에서 다이묘들을 대면하고, 정무를 보고, 숙식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크, 그 권력 여기저기 보여주고 싶은데 크. 문에 온갖 회화들이 그려져있고 기둥 위엔 금장이 돼있고…. 정말 고쇼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니조성을 먼저 보고 고쇼를 갔었다면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카노 탄유라는 화가를 알게 됐는데 그가 25세 때 그린 그림부터해서 카노파(派)의 그림들을 니노마루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니노마루 안 각 방들의 설명을 보면 다이묘들을 출신 성분으로 나눠서 쇼군을 만나는 방을 나눠놨는데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부터 이렇게 성분을 나누니 나중에 보신전쟁으로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에잉 힘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니노마루를 나와서는 혼마루로 옮겨갔다. 혼마루에 있던 천수각은 18세기에 불타 없어지고 지금 있는 건물들은 19세기에 교토교엔에 있던 황족 카츠라노미야 가문의 저택을 옮겨 온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들어가보지 못하는 건물이라 겉에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며 개장시간이 끝났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그때 무슨 노래가 나오긴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올드랭사인이었던 것 같다 아마. 뜬금없이 올드랭사인이라 재미있었다. 이젠 출구가 된 입구로 나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서 씻고 다시 저녁 먹으러 나와야지. 어서 먹고 싶었다. 그럴 것이 저녁은 라멘인걸!


元離宮二条城
http://www.city.kyoto.jp/bunshi/nijojo/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