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란 게 사람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히 커서 어떨 때에는 내가 있는 장소보다 내가 입고 있는 옷에 맞춰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그리고 그게 내가 지금 집 안에서 외출복 그대로 입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 그리고 내 방 안에서는 몸도 마음도 매우매우매우 느슨해지기 쉬워서, 아니 쉬운 수준이 아니라 즉각 느슨해지기 때문에 건설적인 일이라던가 생산적인 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들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내가 차려입은 채로 있으면 이야기는 음… 어느 정도 달라진다. 아니아니, 조금 달라진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던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을 것이다) 엎드려 있던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가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의자에 (컴퓨터 하다가…) 엉덩이를 빼면서 거의 누운 모습으로 앉게 된다 (…드라마를 킨 경우다).
뭐야 똑같잖아?
아니아니아니. 그래도 좀 다르다. 오늘은 거실에서 책도 읽었다. 읽다가 방으로 갖고 들어왔다. 안쓴 크리스마스 카드도 골랐다. 책장 정리도 했다. 책상 정리는 다음에 하자. 다이어리를 보고는… 밀린건 내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잖아? 참고로 날백수라 오해하는 거 같아서 덧붙이지만 이 일은 오후 6시 이후의 일들을 떠올리며 쓴 것이다. 그 전에는 일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