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따뜻해지는 곳, 어반나이프

일전에 점심 즈음에 한번 가봤던 어반나이프를 12월 학센페스티벌이 끝나기 전에 다녀왔다. 학센페스티벌은 15,000원에 소세지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행사인데 2인 이상일 경우 슈바인학센도 나오는 행사.

퇴근하는 친구를 꼬드겨 찾아가 보았다. 혹시 몰라 낮에 예약까지 했는데 들어가고 보니 그게 바른 선택이었다. 우리 다음에 온 팀은 이십분 정도 기다린 듯했는데.

처음 나온 것은 굴라쉬.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굴라쉬의 맛이었다. 굴라쉬가 사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또 굳이 찾아 먹을 음식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빵과 콜드컷 플레이트. 자그맣게 잘려 있는 것들이 살라미, 넙적한 것이 햄, 두툼한 놈이 리버 파테라고 한다. 사실 리버 파테는 이름 몰라서 인터넷 찾아봤다. 다음부턴 이게 뭐냐고 제대로 물어봐야지.

살라미는 여전히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느낌의 맛이고, 리버 파테는 이름 그대로 돼지 간으로 만든 건데 빵에 발라 먹기에 참 좋다. 그냥 먹어도 훌륭하게 맛있다.

소세지 플래터. 다른 테이블들은 학센과 같이 나오던데 우리 테이블은 따로 나오더라. 소세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는 바로 그 맛. 잘 구워져 있는 저것이 브랏부어스트라는 것 밖에 모르지만 정말이지, 하…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어반나이프 가셔서 이 맛을 느껴보아야 합니다. 단, 피클은 진짜 무진장 매우니 주의를.

우리의 목표, 이 레이드의 취지, 학센 등장. 사진이 너무 빨갛게 나왔는데 애초에 잘못 찍어서 편집으로도 색감이 제대로 안나온다. 어쨌든 학센은 독일식 졸발. 어떤 맛일까 하고 스컹스컹 잘라서 입에 넣었더니. 오 주여. 세상에. 말이 안나와.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육즙이 풍부한데 이건 천국의 맛이다.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또 입에 군침이 도네.

그정도만 먹어도 배가 불러오는데 그래도 무한제공이라는 말이 있으니 소세지 한 접시 더 시켰다. 소세지도 짱이야. 근데 학센이 너무 대단했어. 메뉴판을 보니 학센은 25,000원. 정말 행사 아니었으면 먹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행사 때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센 또 먹고 싶다.

Outdoor in Indoor

옷이란 게 사람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히 커서 어떨 때에는 내가 있는 장소보다 내가 입고 있는 옷에 맞춰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그리고 그게 내가 지금 집 안에서 외출복 그대로 입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 그리고 내 방 안에서는 몸도 마음도 매우매우매우 느슨해지기 쉬워서, 아니 쉬운 수준이 아니라 즉각 느슨해지기 때문에 건설적인 일이라던가 생산적인 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들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내가 차려입은 채로 있으면 이야기는 음… 어느 정도 달라진다. 아니아니, 조금 달라진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던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을 것이다) 엎드려 있던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가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의자에 (컴퓨터 하다가…) 엉덩이를 빼면서 거의 누운 모습으로 앉게 된다 (…드라마를 킨 경우다).

뭐야 똑같잖아?

아니아니아니. 그래도 좀 다르다. 오늘은 거실에서 책도 읽었다. 읽다가 방으로 갖고 들어왔다. 안쓴 크리스마스 카드도 골랐다. 책장 정리도 했다. 책상 정리는 다음에 하자. 다이어리를 보고는… 밀린건 내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잖아? 참고로 날백수라 오해하는 거 같아서 덧붙이지만 이 일은 오후 6시 이후의 일들을 떠올리며 쓴 것이다. 그 전에는 일도 했다고!

부정기적으로, 책 읽은 거

책들을 읽어가다가 적당히 이쯤이다 싶을 때 써보고자 한다. 모든 책을 다 쓸 것은 아니고 모든 생각을 다 쓸 것은 아니다. 이번엔 모두 세 권. 두 권의 소설과 한 권의 논픽션 글을 읽었다.


1.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3.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문장은 읽기가 편하기 때문에, 글은 건조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걸리는 것 없이 글자를 따라가는 건 은근히 기분 좋은 일이다. 이야기야, 하루키의 소설에서 만나던 바로 그런 이야기.


2. 채링크로스 84번지
2.헬렌 한프

이토록 좋은 이야기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후회가 되면서도 지금 이 이야기를 접한게 너무나 감사하게 여겨졌다. 책은 얇은데 이야기에 빠져들어버려서 도중에 억지로 덮고 그랬다. 이걸 하루에 다 읽어버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단 말이지.


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3.히가시노 게이고

마음에 구멍이 펑펑 뚫리고 있던 중에 집어들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슬퍼서, 중간에 두 번이나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채링크로스와는 정말 반대되는 상황. 스타벅스에서 갑자기 눈물이 나오는걸 참아야 한다는건 퍽 당황스러운 경험이다. 결국 마지막 페이지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하필 그 때 집에 혼자만 있던게 아니라 참는데 큰 고생을 했다. 구멍 좀 메워볼까 하다가 더 넓혀버린 기분이 든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